강원도 동해 가볼만한곳, 담화 품은 묵호동 논골담길 골목 여행
강원도 동해 가볼만한곳, 담화 품은 묵호동 논골담길 골목 여행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4.16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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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소도시를 구석구석 거니는 여행을 좋아한다. 랜드마크를 품은 대도시처럼 화려하고 북적북적하진 않지만 소담소담 모여 있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그곳. 낯선 이방인도 마치 그 동네 주민이었던 양 녹아들 수 있는 그곳.
오늘은 그중에서도 사람 사는 이야기를 품은 작은 마을로 골목 여행 떠나보려 한다. 가파른 경사에 숨이 가빠오지만 알록달록 담화가 반겨주고, 정겨움이 넘치는 강원도 동해 가볼만한곳. 묵호동 논골담길로 구석구석 여행 떠나보자.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가 흐르는 곳. 
묵호 논골담길

동해의 명물이라고도 불리는 묵호등대와 묵호항 사이. 그곳에 홀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담화마을이 있다. ‘감성 담화마을’로 통하는 논골담길이다. ‘논골’이라는 이름은 마을 길이 물에 젖은 모습이 물을 댄 논과 비슷하다 해서 붙여졌다.

묵호 논골담길은 30년 전에만 해도 명태와 오징어가 많이 잡혀 2만 여명이 모여 살던 대표적인 동해 항구마을이었다. 1941년 개항해 성업을 이뤘던 묵호항을 중심으로 논골마을에서 삶의 터전을 이루고 있던 주민들은 어족자원이 고갈되면서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4,000여명의 주민들이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삽시간에 썰렁해진 마을에 다시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동해문화원은 ‘묵호등대 담화마을 논골담길’ 사업을 시작했다. 문화원은 마을을 지키는 논골마을 어르신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바탕으로 골목길과 담벼락을 그림으로 채워 나갔다. 그렇게 2010년 8월, 논골담길은 동해의 ‘벽화 명소’로 재탄생하게 됐다.

 

논골담길을 구석구석 즐기는 법

허름하고 빛 바랜 담벼락, 무너지고 금이 간 벽돌에서조차 정취가 느껴지는 논골담길의 골목은 총 네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강원도 동해 가볼만한곳, 논골담길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거리와 골목을 이루고 있는 예술작품, 벽화를 감상해야 한다. 더욱이 흥미로운 점은 네 갈래의 골목길이 각기 다른 주제의 벽화들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묵호의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논골 1길’, 떠난 이들과 남겨진 이들, 앞으로 찾아올 이들 모두가 기억하고 희망하는 묵호와 논골담길에 대한 사랑을 담은 ‘논골 2길’, 묵호의 과거와 진한 향수를 품은 ‘논골 3길’,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소망하는 ‘등대오름길’ 등이다.
굳이 어떤 길을 찾아 접어들지 않아도 미로처럼 놓여있는 골목마다 개성 넘치고 재미있는 벽화와 소품들이 반겨준다. 여행길에서 길을 잃는 재미가 무엇인지 이곳에서 또 한번 알아간다.

묵호항이 있는 논골담길 초입에서부터 묵호등대까지는 그냥 걸어 올라가면 10~15분 정도가 소요될 정도로 멀지 않다. 그러나 벽화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림 옆에 쓰인 글귀와 시는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고, 잠시 서서 감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 뒤를 돌아 내려다보니 저 멀리 묵호항이 너르게 펼쳐져 있다.

벽화에는 그야말로 논골담길 마을주민들의 삶 자체가 담겨있다. ‘만선의 기쁨도, 거센 파도의 공포도 딱, 소주 한잔만큼만 가지려 했던 어릴 적 바다를 향한 아버지의 그리움 (아버지의 뜰)’. 가족을 위해 어김없이 어선에 오르며 거친 파도와 싸웠을 아버지의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원더우먼 복장을 하고 머리위에 한보따리 짐을 이고 있는 어머니의 벽화 앞에서 걸음이 또 멈춘다. 고단한 삶이지만 자식 앞에서는 언제나 원더우먼이었을 어머니, 그리고 아낙네의 삶. 시대는 변했지만 자식을 향한 애틋한 사랑이 느껴져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강원도 동해 가볼만한곳, 묵호 논골담길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논골2길의 공가1동의 빈집을 이용해 만든 전시체험관 ‘묵호, 시간여행호’다. 이곳에서는 묵호의 역사를 알려주는 기록물을 비롯해 과거 어민들이 사용했던 어구품 등이 전시되어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논골담길 벽화를 직접 그려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논골1길 일원에는 모래사장을 표현한 바닥 벽화 포토존도 조성되어 있다. 담벼락 벽화만 보다가 땅에 그린 그림을 보니 또 감회가 남다르다. 어릴 적 땅에 분필로 낙서하며 놀았던 기억을 소환하면서 괜스레 바닥을 발로 비벼본다. 어느 하나 향수를 자극하지 않는 곳이 없다.

 

논골담길 갈래길의 끝, 묵호등대

바람의 언덕을 지나 논골담길의 종점에는 묵호등대가 있다.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1968)의 촬영지로도 알려진 묵호등대는 해발고도 67m에 자리하고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동해바다 백두대간의 두타산, 청옥산과 동해시가 한눈에 펼쳐진다. 새하얀 등대 아래에는 카페와 펜션들이 사이 좋게 즐비해있다. 청량한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목을 축여본다.

이번 여름에는 건너편 언덕에 해안 자락을 고공 연결하는 도째비(도깨비의 경상도 방언)골 스카이밸리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지금 가도 세 갈래 스카이워크가 저 멀리 보이는데, 완공을 하게 되면 동해의 또 다른 명물이 될 듯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완공까지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에는 하늘 산책로, 하늘 광장, 아트하우스, 도째비 숲, 체험시설 등이 들어선다. 그 아래 해안에는 바닷물 위로 100m 가량 뻗어 나가는 오션프런트와 함께 서핑, 카누, 낚시 등 해양레저 클러스터도 생길 예정이다. 하늘 광장에는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살려 이색 엘리베이터도 설치된다. 레트로 매력이 가득한 묵호가 또 어떤 새로운 얼굴로 태어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묵호등대와 논골마을을 등지고 내려오는 길에는 작은 출렁다리 하나가 있다. 바다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국내 첫 출렁다리로 드라마 <찬란한 유산>(2010) 촬영지기도 하다. 길이 72m, 폭 2.5로 아담한 규모지만 저 멀리 애국가 첫 소절 영상에도 등장하는 추암 촛대바위도 조망할 수 있다.

묵호 논골담길을 뒤로 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어쩌면 복잡하고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논골담길과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논골담길 골목길이 들려준 주민들의 이야기 자체가 우리네 인생을 닮아있기도 하니까.
한편으론 밤의 묵호를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묵호항을 지키고 있는 오징어 배와 집집마다 켜진 불빛의 모습이 또 다른 낭만거리라는데. 다음에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며 돌아선다.

동해 묵호 논골담길
주소 : 강원 동해시 논골1길 2

사진 : 에디터 소장사진, 동해관광,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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