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가볼만한곳, 대게의 고장 경북 여행 코스 추천
영덕 가볼만한곳, 대게의 고장 경북 여행 코스 추천
  • 전지은 에디터
  • 승인 2020.02.2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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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여행을 잡아놨는데 비가 온다고 했다. 여행에서 비를 만나면 옴짝달싹 못 하고 있어야 한다. 하릴없이 숙소에 있거나 발길을 돌려야 한다. 요행을 바랐으나 일기예보대로 비를 만났다. 겨울비라고 할 수 없을 만큼의 비바람 속에서 나는 하마터면 날아갈 뻔했다. 《좀머 씨 이야기》의 소년처럼 몸이 조금 더 가벼웠더라면, 양팔을 쭉 펼치고 뛰었더라면, 분명 그러했을 것이다. 운동 부족으로 무거워진 몸 대신에 다른 것들을 날려 보냈다. 일상의 소음과 하루의 근심을, 어딘가에 붙어 있던 군더더기 생각을 바람과 함께. 아주 개운한 영덕 여행이었다.

 

1# 여행의 이유; 영덕대게 

영덕에 온 이유는 단 하나, 영덕대게다. 일반 대게도 맛있는데 영덕대게는 어떻길래 대명사가 되었을까. 속는 셈 치고 먹어보자 했다. 여행에 기대는 금물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가까운 축산항으로 간다.

차에서 내리는데 태풍급(절대 과장이 아니다)의 바람이 머리카락을 친다. 어쩐지 오는 길에 소나무가 사선이더라. 우리 동네만 칼바람인 줄 알았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 잿빛 바다에 파도의 포말이 눈처럼 내린다. 설마 게가 없다거나, 가게가 문을 안 열었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 미친 듯이 부는 바람에 걱정이 앞선다. 손님은 없으나 다행으로 불은 켜져 있다.

“이거는 어디 게에요? 영덕이에요?” 
“그럼요. 영덕대게죠. 2만 원부터 크기 따라 달라요.”
“혹시 박달대게도 있나요?”
“있는데 그건 좀 비싸요.”
“얼마 정도 해요? 일반 대게랑 차이가 큰가요?”
“아무래도 살 찬 것도 그렇고 더 맛있긴 하죠.”

적정 예산 안에서 박달대게 1마리와 대게 1마리를 주문한다. 엥겔계수가 높은 겨울이다. 2층에 앉아 있는데 게 냄새가 솔솔 난다. 아, 궁금하고 궁금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접시 위엔 게꽃이 활짝 피었네. 박달대게의 다리 살로 워밍업하는데 남편이 집게발 하나를 건넨다. 그가 다시 보이는 시점이다. 아주 옛날에 누가 결혼 전에 산을 함께 가보라고 했는데 나는 이 말을 수정하련다. 결혼 전에는 대게를 함께 먹으러 가볼 일이다. 남편이 사랑스러웠던 것도 잠시, 나는 게와 혼연일체가 되어 몸통을 먹는다. 조선 초기에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가 왜 다시 내려갔는지 알겠다. 몸통 발라 먹는데 게살은 튀고 품위는 온데간데없다.

일반 대게를 먹을 차례다. 제일 싼 걸 골랐으니 크기는, 뽑혀 나오는 다리 살에는 할 말이 없다. 비교는 동등한 조건에서 해야 한다. 하지만 미식가 아닌 나도 느낄 수 있는 맛의 차이는 어쩌나. 그냥 대게가 불쌍해진다. 얘만 먹었으면 얘도 빛났을 텐데. 경쟁과 비교를 싫어하는 나는, 고백건대 둘을 비교할 의도가 없었다. 먹는 순간 알았을 뿐이다. 두 대게의 가격 차이는 합리적이고 내게도 비교급의 무서운 습관이 내재해 있음을, 어쨌거나 비싼 박달대게가 더 먹고 싶음을. 

영덕대게
|  밑바닥에 흙이 전혀 없는 깨끗한 모래에서만 살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대게에 비해 맛과 육질이 뛰어나다. 몸과 다리가 크고 껍질이 얇고 살이 많으며 맛이 담백하다. 대게는 쭉쭉 뻗은 다리가 대나무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죽해(竹蟹)라고 불리기도 했다. 서식처는 영덕군의 영해 대진(大津) 앞바다에서 감포(甘浦) 앞바다에 걸쳐 있는데 영덕군 일원의 앞바다가 주산지다. 어획 기간은 12월에서 다음 해 5월까지다.

축산항(丑山港)
|  일본이 약탈한 어족자원을 운송하기 위해 원래 있던 항구를 공사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1911년에는 부산, 원산, 웅기, 울릉도를 다니는 여객선도 정박하였다. 강구항과 마찬가지로 대게가 유명하며, 대게 위판이 열리는 전국 5개 항 중 한 곳이다. 축산의 또 다른 명물인 물가자미는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4월에서 6월 사이가 가장 맛있다.

 

2# 피자 사러 가는 길; 폭풍우 속의 해안드라이브

비누로 씻어도 손에서 떠나지 않는 게 냄새를 맡으며 고민한다. 어딜 돌아다니는 건 무리다. 빨리 숙소에 가서 따뜻한 방바닥에 눕고 싶다. 그럼 저녁은 어쩌나. 밥은 안 해도 밥걱정은 한다. 숙소에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않을 게 뻔하다. 포장되는 메뉴 뭐가 있을까, 포장하면 또 일회용품 쓰게 되는데 어쩔까. 숙소 주인분이 보내주신 식당 리스트에 피자집이 있던 게 생각난다. 

7km 가는데 길이 범상치 않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해안도로가 나온다. 햇빛이 쨍했으면 감탄했을 드라이브 코스다. 갈매기가 하늘을 날고 있는 건지, 바람에 떠밀려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강풍에 무서움을 느끼며 잠깐 멈춰 사진만 찍는다. 날씨 좋은 날, 다시 찾고픈 포효하는 에메랄드빛 바다.

좀 전까지 바다 옆이었는데 지금은 산속이다. 급경사의 꼬불꼬불 길을 등산하듯 오른다. 이제 몇 킬로미터 남았을까. 피자 하나 필요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큰 욕심이었나. 내리막길을 지나니 시내로 추정되는 번화가다. 표지판에 영해면이라고 적혀 있다. 혹시 영해 시금치의 그 영해인가. 감성 카페도 있으나 기진맥진이라 피자가게로 직진한다. 어촌인지 산촌인지 모르겠는 지역의 7km는, 도시의 그것과는 다른 풍경을 시속 7km로 보여준다. 

해안드라이브 코스
|  경보화석박물관-삼사해상공원-강구항-해맞이공원-대게원조마을-대진해수욕장
|  포항에서 시작하는 7번 국도가 강구항 뒤로 난 해안도로로 영덕까지 이어지는 20번 국도로 이어지는 코스. 바다와 인접한 동해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길이다. 가다가 잠시 멈춰 절경을 넋 놓고 볼 수도 있다.

해맞이공원
|  강구면과 축산면의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 도로변에 조성한 해안형 자연공원으로 전면의 푸른 바다와 뒷면의 넓은 초지, 해송 조림지로 형성된 열린 공간이다. 랜드마크인 창포말등대가 있으며, 멋진 해돋이를 관람할 수 있는 곳까지 설치된 1,500여 개의 나무계단이 유명하다.

 

3# 겨울밤의 한옥

커피 한잔 마실래요? 지긋한 연세의 주인분께서 차가 아닌 커피를 권하신다. 궁금하기도 하고 춥기도 해서 따라간다. 따뜻한 거실에 온갖 종류의 커피 머신과 현대식 벽난로가 있다.

고개를 드니 천장의 서까래가 보인다. 오래된 한옥을 개조하셨단다. 커피 머신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향이 퍼진다. 제대로 된 커피를 한 잔도 못 마신 게 뒤늦게 생각난다. 목구멍을 타고 흘러드는 카페인에 뒤늦게 정신이 온전하다. 오늘 잠은 다 잤네.

후두둑, 비가 땅에 닿는 소리가 들린다. 한옥의 낮은 황토방에서는 비가 참 가깝다. 두툼한 이불이 아니었으면 치앙마이에 온 줄 알았을 거다. 여름의 치앙마이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비가 내렸고, 새벽에 일어나 앉아 가만가만 비를 들었다. 방에서 식물처럼 비를 맞는 싱그러운 기분이었다. 그 소리의 겨울 한옥 버전이 지금 내리는 비다.

어제 중고로 산 만화책을 편다. 오래전의 만화책은 e-book으로만 발행되어 물리적인 단행본은 살 수 없다. 중고서점에서나 운이 좋으면 살 수 있다. 이 밤에 이 책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겨울밤, 내게는 5권의 만화책과 1권의 소설책과 식은 피자가 있다. 사진은 있어 보이는 소설책으로 찍는다. 

 

4# some where over the rainbow; 메타세쿼이아숲

비 얘기로 4페이지를 채워야 하나 걱정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소강상태다. 가까운 숲부터 간다. 메타세쿼이아, 발음할수록 우아미가 넘친다. 바싹 마른 겨울의 숲에 실망한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름을 보러 간다. 메타세쿼이아, 내 이름이 이랬으면 다른 모양의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휘몰아친 비바람 덕에 소리도 공기도 투명하다. 지지배배 새소리, 졸졸졸 아닌 콸콸콸 물소리. 데이비드 호크니의 거대 사이즈 그림이, 흐린 영국 풍경이 앙상블로 보이는 앙상한 숲이다. 길이든 넓이든 일단 숫자가 크고 볼 일이다. 이 외롭고 높고 쓸쓸한 나무의 길이는 사색적이나 바람에 코끝이 시려 서둘러 걷는다.

계단을 오르면 바다가 보이지 않을까. 반쯤 올랐을 때 뒤를 돌아본다. 오, 무지개다. 은은한 반쪽짜리 무지개를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찰나의 무지개를 보려고 궂은 비를 견디는 건지, 아니면 궂은 비를 견디다 무지개를 보게 되는 건지. 어느 쪽이든 놓치지는 말아야겠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것들, 무지개, 오로라,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궂은 하루에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가 언제나 진리이듯, 무지개 너머의 구름에는 언제나 은빛 실이 있을 것이다. 그럴 거라고 믿고 싶다.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

벌영리 메타세쿼이아숲
|  경북 영덕군 영해면 벌영리 산54-1
|  사유지를 개방한 영덕 가볼만한곳으로, 가는 길이 비포장도로다. 의심하지 않고 가다 보면 숲이 나온다. 

 

5# gone with the wind; 풍력발전단지

영덕은 바다와 바람의 고장이구나. 어디를 가든지 이 둘을 만난다. 본격적으로 바람맞으러 가는 길에 자이언트 바람개비가 있다. 이 우주스러움은 단순한 형태에서 나오는 걸까, 무미한 색에서 나오는 걸까. 아니면 비현실적인, 자동차와 같이 찍어야 가늠할 수 있는 바람개비의 사이즈? 우주의 그림자가 내 머리 위를 지나갈 때 그림자인 줄 알면서도 몸을 움찔한다. 환경의 경고처럼 들리는 쉭쉭 소리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신재생 에너지를 눈으로 보며 반성한다. 인간을 숙연하게 만드는 바람개비다.

바람 정원의 전망대에 오른다. 저 멀리 옥빛 바다 한 조각이 보이고, 제각기 다른 속도로 돌아가는 발전기가 보인다. 각자 다른 바람을 맞고 또 보낸다. 타라 농장에 서 있는 스칼렛 오하라가 된 심경으로 바람 정원에 결연하게 서 있다. 안 날아가기 위함이다. 온몸으로 맞는 이 바람에 나의 바람을 담아 날린다. 강풍이니 아주 멀리까지 날아갈 것이다. 언젠가 그 바람을 다시 만날 때, 머리는 못 알아봐도 마음은 알아보겠지. 사정없이 후려치는 바람에 별생각을 다 한다. 

영덕 풍력발전단지
|  영덕군 영덕읍 해맞이길 254-20 
|  미래 대체에너지사업으로 사계절 내내 바람이 많은 영덕읍 창포리에 건설한 풍력발전단지. 발전량은 연간 9만 6,680MWh로 약 2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인데 이는 영덕군민 전체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풍력발전단지 부근에는 신재생에너지 전시관과 정크트릭아트 전시관이 있다.

 

6# 대게에 관한 나의 생각; 강구항, 대게 거리

아침을 남은 피자로 때웠더니 밥 생각이 간절해 강구항에 들른다. 바람만 내리 맞았더니 춥고 얼얼해서 횟집 말고 구이집에 들어간다. 김치찌개가 달려 나온대서 더 고르지 않는다. 오늘의 생선은 고등어, 꽁치, 갈치, 가자미, 열기다. 냄새와 가시 때문에 집에서는 쉬이 먹지 않는 것을 맘 편히 먹는다. 역시 몸이 얼얼할 땐 김치찌개다. 고민을 덜어준 세트메뉴가 고맙다.

뱃속이 생선으로 가득 차 걷는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지금 바다는 열일하는 중이다. 몸이 부서져라 일한다. 나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일할 테다. 대게 동상과 대게 그림을 지나치니 대게 거리가 나온다. 휘황찬란한 대게 일색에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마치 백화점 1층에 들어온 기분이다.

박달대게의 시가를 묻고 싶으나 꾹 참는다. 어제보다 훨씬 싸면 이미 잘 먹은 게에 대한 기억이 변질될까 봐, 혹여라도 게를 사서 집에 갈까 봐 참고 또 참는다. 그 대신 울진에 가서 게 짜박이를 먹어보리라. 울진대게냐 영덕대게냐를 두고 옥신각신하던데 시즌이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대게 투어를 떠나리라. 되게 맛있는 대게를 또 맛보리라. 대게를 다짐하며 영덕을 떠난다. 먹고 싶은 건 먹어야 한다. 

강구항(江口港)
|  영덕에서 가장 큰 항구이자 대게로 유명한 곳이다. 12월부터 이듬해 4~5월까지의 대게철에는 수많은 대게잡이 어선이 이곳에 집결한다. 대게 위판장이 운영되며, 3km에 이르는 식당가인 ‘대게거리’와 해파랑공원이 있다. 

 

7#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영덕 블루로드

영덕에서 먹고 싶은 건 대게였고 하고 싶은 건 걷기였다. 축산항의 식당에서 대게를 뜯고 있을 때, 그 날씨에 손님이 한 테이블 더 있었다. 의도치 않게 들리는 대화에 부자지간임을 알았다. 모녀여행은 많이 봤지만 부자여행은 처음 봤는데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더라. 우비를 입고 방파제까지 걸으려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태풍급의 날씨에 감히 걸을 용기는 없어 블루로드 한 곳 걸어 보지 못하고 와버렸다. 다음날 해안도로에서는 배낭 메고 트레킹하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날씨 좋은 봄날에 다시 오고 싶다.

영덕 블루로드
|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770km 해파랑길의 일부로, 영덕 대게공원을 출발해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다다르는 약 64.6km의 해안 길이다. 절경과 함께 푸른 동해의 내음을 느끼며 걷는 트레킹코스다.


|  쪽빛 파도의 길(D코스, 14.1km/4.5시간): 대게공원-장사해수욕장-구계항-남호해수욕장-삼사해상산책로-어촌민속 전시관–강구터미널
|  빛과 바람의 길(A코스, 17.5km/6시간): 강구터미널-강구항-금진구름다리-고불봉-해맞이캠핑장-신재생에너지 전시관-풍력발전단지-해맞이공원
|  푸른 대게의 길(B코스, 15.5km/5시간): 해맞이공원-대탄항-석리마을 입구-대게원조마을-블루로드 다리-죽도산-축산항-남씨발상지
|  목은 사색의 길(C코스, 17.5km/6시간): 남씨발상지-대소산 봉수대-목은 이색 기념관-괴시리 전통마을-대진해수욕장-고래불해수욕장
http://blueroad.yd.go.kr 단거리 추천코스 등 자세한 사항은 블루로드 홈페이지 참조

 

사진 : 에디터 소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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