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추천, 오감 만족 #국내겨울여행 best 3 (울산 몽돌해변/슬도/부산 송정)
겨울바다 추천, 오감 만족 #국내겨울여행 best 3 (울산 몽돌해변/슬도/부산 송정)
  • 전지은 에디터
  • 승인 2019.12.1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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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때 보통은 먼저 둘러보고 그다음에 밥을 먹는다. 그래야 내 성격에 느긋하게 먹는다. 이번에는 반대였다. 겨울에 대처하는 인간의 본능이랄까, 먼저 속에 음식이 들어가야 뭐라도 둘러볼 힘이 났다. 추운 날의 허기는 겨울을 두 배로 춥게 만든다. 차가운 물회와 뜨끈한 대구탕을 시원하게 먹은 후에라야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겨울의 본능. 겨울의 맛은 모두 시원해서 겨울 입맛이다. 
겨울잠 자는 미각을 깨우는, 바다의 맛을 찾아 떠나는 오감 만족 #국내겨울여행이었다. 청각의 바다 주전, 후각의 바다 슬도, 시각의 바다 송정, 그리고 별책부록인 촉각은 은하수의 바다 십리대숲. 

 

1. 지니의 램프 같은 바다; 물회, 주전 몽돌해변

1) 겨울바다의 한기; 물회

지숙이가 단톡방에 포항 물회 사진을 올렸다. 이게 말로만 듣던 물회구나, 포항 갈까. 참, 여기도 바다 많지. 인터넷 검색 5분이면 맛집 정보가 후루룩 나올 테지만 낚이긴 싫으므로 로컬 정보를 믿기로 한다. 남편한테 회사 가서 물회 맛집을 알아 오라고 시킨다. 남편의 정보는 신뢰할 수 없으나 남편의 회사 동료들은 똑 부러지므로 믿고, 주전에 가기로 한다. 

물회는 물에 회 있는 거 아니었나. 물회를 먹어본 적이 없는 나는 주변 테이블을 관찰한다. 어떻게 먹는 거지, 왜 물 없지. 물회를 젓는다. 아, 주황색의 고체가 육수 얼음이었다. 사각사각 육수가 녹으며 육지에 물이 생긴다. 초장 맛이 아닌 육수 맛으로 먹는 회. 싱싱한 겨울바다를 씹는다.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시린 물회는 바다의 한기다. 

동남횟집
|  울산 동구 보밑길 75/ 052-251-6360
|  11:00-20:30, break time 15:00-16:30 (월요일 휴무)
|  속까지 시원한 일반물회 15,000원/ 스페셜물회 20,000원

 

2) 바다가 끓이는 매운탕; 주전 몽돌해변

물이 빠질 때 자글자글 소리가 난다. 바다가 시원하게 끓이는 찌개의 소리다. 속이 답답할 때, 안의 것들을 비워내고 싶을 때, 바다에 다 던져 매운탕을 끓이고 싶을 때, 몽돌해변을 찾아야겠다.

속이 뻥 뚫리는 파란 매운탕의 소리. 파도에 젖은 동글동글 돌들이 빛난다. 뾰족이 날이 서 있던 마음이 소리에 깎여 몽돌이 된다. 내 안의 몽돌도 빛이 나게, 메마르지 말아야겠다.

한껏 바다의 매운탕 소리를 감상하는데 삼겹살 냄새가 난다. 배부르게 물회 먹고 왔는데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이 고인다. 이제 몽돌 소리가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로 들린다. 어쩌면 이 바다는 원하는 대로 소리를 들려주는, 지니의 램프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전 몽돌해변
|  일산해수욕장에서 정자항을 잇는 약 19.1km의 해파랑길 9코스에 있는 걷기 좋은 바다. 모래가 아닌 몽돌(모가 나지 않은 둥근 돌)로 쭉 이어져 있다.

 

2. 봄 같은 겨울바다; 슬도 산책

1) 주말의 충전; 전복밥, 슬도 방파제

집에서 매일 보이는, 가까운 듯 먼 곳이었다. 늘 시선이 닿는 위치에 있어서 굳이 찾지 않는, 그래서 잘 모르는 일상 같은 곳. 일산해수욕장에서 집에 갈 때였다. 슬도를 지나서 가는데 식당 앞에 긴 줄이 있었다. 로컬 맛집이구나.

전복밥 때문에 슬도를 찾는다. 전복 내장 색깔의 밥과 반찬과 전이 나온다. 이것저것 한데 넣어 비빈다. 보양이 필요한 토요일, 입안에서 침샘이 폭발한다. 별거 안 들어간 듯한데 고소하니 맛있다. 전복 하나 들어갔을 뿐인데 이 세상 밥이 아닌 맛이다. 기력이 달리는 날엔 그저 전복밥 한 그릇.

든든하게 먹고 슬도를 슬슬 둘러본다. 방파제에서 아이들이 간이낚시로 게를 잡는다. 살랑살랑 작은 낚싯대를 흔드니 오래지 않아 게가 나온다.

하얀 등대까지 간다. 관광지에 어울리는 뷰다. 그러나 슬도의 진경은 따닥따닥 붙어 낚시하는 사람들이다. 낚시하는 사람과 생선 사이의 밀당, 생의 활력이 파닥파닥하는 풍경. 불현듯 무언가를 낚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생선이든, 바다든, 이상이든.

슬도 (울산)
|  방어진항으로 들어오는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바위섬으로, 갯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 거문고 소리가 나서 슬도(瑟島)라 불린다.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어 낚시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섬뜰
|  울산 동구 동진로 42/ 052-252-7477
|  11:00-21:00 (월요일 휴무)
|  바다에 충실한 맛, 전복밥·전복죽 13,000원

 

2) Butter winter; 카페 봄여름가을

1년 만에 찾은, 겨울의 이른 카페는 조용하니 좋다. Another day of sun. 정오의 햇살과 어울리는 노래를 들으며 겨울바다를 본다. 빵 굽는 냄새, 불가항력의 버터 향이 폴폴 난다. 오늘 내가 빵을 참을 수 있을까. 남자 둘이 들어와 애플시나몬 데니시와 크루아상과 커피를 시킨다. 성별을 막론하고 주문을 부르는 빵 냄새다. 무슨 빵을 먹을까 고심하는 사이, 테이블이 점점 찬다. 빵을 포기하고 나온다. 여기는 한적할 때가 좋다. 아니면 따뜻한 날, 바깥에서 제주도 뷰를 즐기거나.

봄여름가을
|  울산 동구 성끝4길 24/ 052-235-5679
|  매일 11:00-22:00
|  아메리카노 4,000원/ 크루아상 4,000원

 

3) 산책 아닌 트레킹; 해파랑길, 대왕암공원

햇볕이 따듯해 조금 걷는다. 요즘 여행의 감이 좋다. 뭔가 있을 듯해서 가보면 뭐가 있다. 오늘도 감을 믿으며 천천히 바닷마을 골목을 거닌다. 난데없이 신데렐라와 앨리스가 튀어나온다.

끝인 줄 알았던 길모퉁이를 도니 와, 우도 느낌의 뷰다. 흙길 옆으로 바다가 펼쳐지는, 곳곳에 해녀 아주머니의 짐보따리가 있는, 고담한 일상의 내음.

해파랑길
|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부터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길, 울산에는 총 82.4km 해당

해파랑길을 따라 걷고 또 걷는다. 어디쯤에서 돌아갈까. 주춤하는 머리와 달리 발은 재게 움직인다. 라디오에서 이 길 몇십 킬로미터라고 했던 것 같은데, 멀리 보이는 저건 뭐지, 저기까지만 갔다가 돌아와야지. 포물선처럼 바다가 휘어진 여기는 너븐개. 1960년대까지 동해의 포경선이 고래를 이곳으로 몰아 포획했단다. 이 안으로 들어오면 고래가 다시 나가긴 쉽지 않겠다. 아니 그전에 고래가 여기에 있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지만.

점점 노트북의 무게가 느껴진다. 산책이 트레킹이 되고 있다. 배도 고프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왔다. Pass the point of no return, 뜬금없이 오페라의 유령 음악이 머릿속에서 흐른다. 앗, 대왕암공원이다. 멀리 보였던 그게 대왕암이었구나, 여기까지 와버렸구나.

대왕 바위의 위엄이 느껴지는 영롱한 바다에 문무대왕비의 호통 같은 파도가 친다. 대왕암을 타는 고양이는 킬리만자로의 표범 같고, 아사 직전의 나는 그저 다리가 후들거린다. 

대왕암공원
|  용이 승천하다 떨어졌다 하여 ‘용추암’인 이 바위에는 신라 문무왕의 호국룡 전설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다. 세상을 떠난 문무대왕비가 남편처럼 동해의 호국룡이 되고자 이 바위로 바다에 잠겼다고 한다. 

 

3. 이상적인 겨울바다; 송정해수욕장

1) 겨울바다의 온기; 대구탕

학연, 지연보다 끈끈하다는 덕연으로 알게 된 언니가 있다. 김동률 콘서트 굿즈 사려고 서 있던 줄에서 처음 만났더랬다. 민경 언니에게 부산 바다를 물으니 송정이 나온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취향이 통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로 송정에 간다. 줄줄이 보내준 맛집 중에서 어딜 갈까나.

 

속이 허하면 빵보다 밥이 생각나 밥집으로 간다. 팔팔 끓는 대구탕을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가 한 입 뜬다. 뜨겁고 시원하다. 누가 차를 긁고 가 아침부터 속이 쓰렸는데 대구탕 덕분에 속이 풀린다. 적당히 얼큰한, 바다의 온기가 주는 맑은 위로다. 

 

엄마손 대구탕
|  부산 해운대구 송정중앙로6번길 20/ 051-703-8683
|  07:00-22:00 (월요일 휴무)
|  대구탕 10,000원/ 삼겹묵은지 10,000원

 

2) 서퍼들의 바다; The fools who dream

바다의 일반적인 속성을 갖춘, 아주 보통의 바다다. 그래서 콕 집어 얘기할 수 없게 막연히 좋은 그런 바다. 음, 음, 음?! 그런데 바닷물 속에 사람들이 있다. 내 눈을 의심한다. 여기는 발리가 아닌데, 따뜻한 동남아 바다가 아닌데, 한겨울에 서핑이라. 차가운 물에 뛰어드는 광기가 필요하다던 라라랜드의 노래가 생각난다. 

“A bit of madness is key to give us new colors to see.” 더 파래서, 더 이상적인, 겨울바다를 타는 사람들의 열기에 공명하는 기분이다. 의미 단위로 삶에도 띄어쓰기가 필요하다면, 주말의 띄어쓰기는 서핑 같은 것이면 좋겠다. 

부산 송정해수욕장
|  달맞이 길을 따라 해월정과 벚꽃단지를 지나다 보면 만나게 되는 부산 #국내겨울여행 스팟. 부드러운 모래와 완만한 경사, 얕은 수심으로 해수욕하기 좋으며, 해수욕장 입구의 죽도에는 울창한 송림과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3) 오래된 골목 산책; 송정(폐)역, 함흥커피

바다와 마주하는 카페 거리 뒤로 후미진 골목이 보인다. 여행자의 감이 또 발동한다. 조금 걸으니 송정역이 나온다. 지금은 기차가 서지 않는 폐역이다.

기차가 올 리 없으므로 안심하며 철로 위를 걷는다. 언제 묻었는지 쓸쓸한 도깨비바늘이 바지에 잔뜩 있다. 따뜻한 한 잔이 간절한 찰나, 슈퍼인지 카페인지가 있다. 복고풍의 엄청 예쁘고 따듯해 보이는 카페다.

카페에서 여행자 거리의 냄새가 난다. 오래되고 익숙하고 자유분방한 여행의 잔향이다. 옆 테이블에서 하노이와 하롱베이 얘기를 한다. 여행 루트 짜나 보다. 가서 아는 체하며 떠들고 싶은 걸 참는다. 그때의 여행이 떠올라 반미 샌드위치를 주문한다. 베트남에서 먹었던 것의 고급 버전이다. 매콤한 샌드위치에서 여름의 베트남 맛이 난다. 

함흥커피
|  부산 해운대구 송정중앙로36번길 67/ 070-7738-7979
|  11:00-22:00 (휴무일은 인스타그램 공지)
|  반미 샌드위치 7,500원, 아메리카노 4,000원

 

#별책부록; winter powder, 십리대숲 은하수길

 

송년회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너무 추워 집에 후딱 가려는데, 은하수길이 생각난다. 여기서 멀지 않은 거리다. 추운 겨울밤에 어디를 가는 일은 상상할 수 없으므로, 오늘이 아니면 영영 못 갈 것 같으므로 간다.

춥고 깜깜하고 낭만적이어서 여러모로 데이트에 좋은 은하수길은 곳곳이 커플이다. 이어폰 한쪽을 귀에 꽂아주며 김동률의 ‘고백’을 들려주면, 머뭇머뭇 손을 잡으면,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딸의 고사리손을 꼬옥 잡고 은하수 바다를 거닌다. 다정하게 서로의 얼굴 쳐다보며, 가루처럼 별들이 흩뿌려진 밤하늘을 바라보며, 정말 좋다. 그치? 원하는 대로 보는 나는 별똥별을 봤다고 우기며 소원을 빈다. 김동률 콘서트 라이브 앨범 나오게 해주세요. 별이 이렇게 많으니 들어주겠지. 겨울밤, 바람에 별이 스치운다. 

태화강 국가정원
|  여의도 공원의 2.3배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도심 친수 공간. 실개천과 제방 산책로 등 주변 개발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친환경적인 생태 공간을 조성하였다.


십리대숲 은하수길
|  운영시간: 일몰-22:00
|  울산의 데이트 성지로 떠오른 곳. 십리대숲 안의 산책로에 다양한 빛을 내는 조명등이 곳곳에 있어 은하수를 연상시킨다. 

 

사진 : 에디터 소장 사진

내일뭐하지 전지은 에디터 webmaster@naeilmohaj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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