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가볼만한곳, 감 익는 마을 청도로 떠난 계절 기행 (와인터널/선암서원/운문사)
청도 가볼만한곳, 감 익는 마을 청도로 떠난 계절 기행 (와인터널/선암서원/운문사)
  • 전지은 에디터
  • 승인 2019.12.04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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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애호가도 아니고 애주가도 아니다. 가는 길이었는데 여기를 안 갔네, 나중에 후회할까 봐 간다. 조금 바지런 떨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요즘 노력 중인 일이다. 창밖으로 아직 따지 않은 감들이 보인다. 까치밥으로 남겨 놓은 감일까. 감 익는 마을, 청도다.

 

1) 로맨틱 청도 여행 ; 와인터널

입장권을 확인하니 감와인 마스크팩을 준다. 입구부터 뿌듯하다. 로맨틱한 터널 사이를 지난다. 이래서 데이트 코스구나. 술은 못 마시나 저 테이블에 앉아 있고 싶다. 유럽의 소도시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다.

메뉴판을 정독한다. 홍시 주스가 있다. 치즈와 와인과 주스를 주문한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오글거리긴 해도 이 말을 내뱉어도 되는 분위기다. 다 필요 없고 진득한 홍시 주스만 있으면 된다. 정말 맛있다. 홍시 주스도 와인처럼 병에 담아 판매하면 좋겠다. 버스킹 공연도 한다.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형광별이 쏟아지는 우주를 지나는 터널 여행. 기대 이상이다.

 

와인터널

| 1905년에 개통된 옛 경부선 열차 터널을 정비해 2006년에 개장한 와인 숙성고. 15℃ 온도와 60~70% 습도가 연중 유지되고 다량의 음이온이 어우러져 와인 숙성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 경북 청도군 화양읍 송금길 100

| 054-371-1904

| 평일 09:30–19:00/ 주말 09:30-20:00

| 관람료 3,000원/ 감와인 1잔 4,000원-6,000원, 홍시주스 5,000원

 

2) 어여쁜 전통을 만나는 선암서원; 다도체험, 국악음악회

굳이 한복은 안 입으려고 했는데 주셔서 입는다. 한복 입고 서원의 마루에 앉아 있으니 마음이 반듯해진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 작은 찻상에 다기를 꺼내놓는다. 찻잔과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붓고 잠시 기다린다. 차 만들기 전에 그릇을 데우는, 급한 평소엔 없는 여백이다. 몇 분의 틈으로 머리를 쉬게 하고 찻잔을 따뜻하게 해 차를 더 맛있게 한다. 버리는 시간 같지만 실은 현명한 시간이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도 하루를 데우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물을 버린 후 다시 물을 붓고 찻잎을 넣어 우려낸다. 적당한 때에 따른다.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지 않게 따르는 기술도 배운다. 차보다 중요한 건 곁에 있는 사람이다. 차를 마신 후 뜨거운 물로 다기를 씻고 정리한다. 언제 차를 마셨나 싶게 말끔하다. 마무리를 잘해야 뒤끝이 없다.

“차는 느리고, 인내하며, 신중하다.

차는 테이블 위에서 이런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존재다. (안킷 샤)”

국악음악회를 기다린다. 첫 공연은 사물놀이. 장구 장단에 손가락이 절로 움직인다. 이어 태평소의 고음이 분위기를 한껏 고양하고, 고운 모둠북춤과 소고춤이 이어진다. 사회자분이 선물도 주신다. 오늘 관객 수가 적어 하나씩 다 돌아가겠다며, 청도에 오니 손님이 귀하다고 하신다. 재치 있는 입담에 한바탕 깔깔거리며 웃다가 마당에서 하는 끝 공연을 본다. 관객도 참여하는 횟대 놀음이다. 내 앞 사람과 옆 사람이 불려간다. 허허, 날 불렀으면 탈춤을 췄을 텐데. 그렇다고 부르지도 않았는데 나가서 출 호기는 없어 어깨만 들썩인다.

눈썹달이 보이는 밤, 남사당패가 노는 듯한 신명 나는 한마당이 아쉽게 끝난다.

 

선암서원

동창천 물이 굽이쳐 흐르는 선암에 자리 잡고 있으며, 삼족당 김대유 선생과 소요당 박하담 선생을 모신 조선 시대 서원으로, 경북 유형 문화재 제79호다. 서원 옆의 신지생태공원을 시작으로 동창천 생태탐방로를 따라 산책하기에 좋다.

| 경북 청도군 선암로 455-27

| 010-5345-8445

| 작은 사랑채 60,000원(2인), 안채 100,000원(4인), 조식(시골밥상) 10,000원

| 국악음악회 11.16(토) 저녁 5-6시

 

3) 운문사 가기 전 사찰 탕수육; 강남반점

뭐 그리 바쁜지 사놓고도 못 읽어 이불 속에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부랴부랴 읽는다. 운문사 부분을 펼쳐 읽는데 사찰 짜장면 이야기가 나온다. 찾아보니 버섯(사찰) 탕수육도 판다. 버섯성애자의 레이더망에 딱 걸린다. 내일 점심에 가야지. 책에 감사하며 이만 잔다.

절에 가시는 날은 문을 닫는대서 염려했는데 다행히 열려 있다. 고기를 넣지 않아 운문사 스님들이 애용하는 곳이란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버섯 탕수육을 기다린다. 오래 지나지 않아 나온다.

짜장면은 면발부터 초록하다. 소스가 흰색인 탕수육엔 단감이 들어있다. 감의 고장답다. 곁들여 나온 깻잎에 버섯을 싸 먹는데 표고버섯이 살아있다. 기존에 맛본 버섯 탕수육은 모두 가짜였구나. 양이 적게 나간 것 같다며 몇 개 더 주신다. 괜히 기분이 좋다. 담박한 짜장면과 달곰삼삼한 탕수육. 한우로 시작해 버섯으로 끝난, 의도치 않은 미식 기행이다.

 

강남반점

| 경북 청도군 금천면 선암로 618

| 054-373-1569

| 평일 11:00–15:00/ 주말 11:00-17:00

| 사찰짜장 7,000원, 사찰짬뽕 8,000원, 사찰탕수육 25,000원

 

4) 1년 중 3일인데 그날을 골랐네; 운문사와 은행나무

 

운문사까지 16km인데 1시간 소요로 나온다. 4km 남았는데 움직이질 않는다. 불국사도 줄 서서 주차한 적이 없건만 이게 뭔 일. 버섯 탕수육을 떠올리며 인내한다. 마침내 주차다. 미세먼지를 원망하며 솔바람길을 걷는다. 숲의 향을 마음껏 들이킬 수 없다. 지구를 위해 좀 더 애써야겠다. 운문산 단풍을 바라보며 걷는데 사람 진짜 많다. “내 운문사 많이 왔어도 이래 사람 많은 건 또 처음이네. 평일에 와야겠네. 아이고.” 역시 오늘 사람이 유난한 거였다.

은행나무 때문이었다. 1년 중에 3일만 개방하는 은행나무를 보러 몰려든 거였다. 컴퍼스로 원을 그린 듯 사람들이 멀리서 열심히 은행나무를 찍는다. 나무 앞에서 사진 찍는 용자는 드물게 있다.

모두 핸드폰을 들게 만드는 은행나무의 위엄은 찬란 그 자체다. 앞으로 몇백 년은 끄떡없겠다. 땅에 떨어진 은행 냄새가 진동한다. 장수의 상징으로 여기며 꾹 참는다. 사람 없는 한 컷은 불가능이라 잔머리를 굴리며 계속 찍어대지만 직접 보는 것만 못하다. 불평했던 오늘, 알고 보니 대운이었다.

눈에 좋은 산야초 약차 마음껏 드세요. 마음껏 먹고 싶지만 다른 사람을 생각해 한 잔만 마신다. 약차가 맛있는 나이인가 싶어 좋으면서 씁쓸하다. 나의 노년도 저 나무처럼 건강하고 눈부시게. 요가를 더 열심히 해야겠는데 더 빠진다.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정말 건강이 제일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또 은행나무에 소원을 빈다. 건강하게 해주세요.

독경 소리를 들으며 운문사를 뜬다. 여럿이 만들어내는 경건한 마음은 늘 듣기 좋다. 은행나무에 정신이 팔려 운문사는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지만, 독경 소리에 운문사를 다 본 듯하다. 가지런한 화분과 장독대와 독경 소리, 그리고 은행나무. 찬연한 가을의 시간이 후두둑 떨어진다.

 

운문사 & 은행나무

| 560년(진흥왕 21년)에 대작갑사로 창건되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운문선사’라는 사액을 내린 이후 운문사로 불리게 되었다. 신라 원광국사가 세속오계를 설하고, 일연스님이 삼국유사의 집필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1950년대 비구니 사찰이 되어 현재 승가대학과 대학원, 율원과 선원을 갖추고 있다.

| 솔바람길: 운문사 매표소에서부터 운문사까지 약 1.2km의 소나무 숲길

| 스님들의 수행공간에 있는 은행나무는 1년 중 3일, 은행이 절정일 때만 개방한다. 날짜는 매년

 

사진 : 에디터 소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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