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달살기, 구좌읍에서 보내는 나 홀로 제주 산책 2부
제주도 한달살기, 구좌읍에서 보내는 나 홀로 제주 산책 2부
  • 설광현 에디터
  • 승인 2019.12.02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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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여유 찾아 떠나는 제주 구좌읍 살이 1부 보기(클릭)

 

1부에서 하도해수욕장의 동쪽, 종달리까지 걸어봤다면 이번에는 해수욕장의 서쪽인 세화까지 걸어보자. 이번에 소개할 풍경들 역시 낯선 동네에서 점차 우리 동네가 되어 간, 나의 한 달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준 풍경들이다.

 

별방진(別防鎭)

해수욕장이 있는 하도리 창흥동. 여름이면 새하얗게 문주란이 피어나는 토끼섬을 지나 서문동에 다다를 즈음이면 부둣가의 하도리 포토존과 함께 도로 옆으로 우뚝 선 낮은 성이 나타난다. 우도 부근에 자주 나타나는 왜군을 막기 위해 쌓아 올려진 '별방진(別防鎭)'이다.

처음 별방진을 마주한 것은 해변가가 아니라 당근밭들 사이로 이어진 올레길을 걷던 중이었다. 허리만 한 높이에 쌓아 올린 현무암 사이로 구멍이 숭숭 뚫려 어쩐지 허술해 보이는 올레 돌담을 따라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3m는 되어 보이고 꽤나 견고한 성벽이 나타나 눈길이 갔던 기억이 난다. 
별방진이 서 있는 하도리 서문동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둣가에 서있는 포토존을 들르기 위해 별방진 앞에서 차를 세우고는 하는데, 사실 서문동의 앞바다는 제주도민들 사이에서 돌고래가 자주 나타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조용한 동네에서의 한달살이가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별방진 위로 올라가 돌고래를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3354

 

라이브카페 벨롱(Bellon)

별방진을 지나 조금 더 서쪽으로, 언덕 하나를 올라서면 넓은 마당을 가진 카페가 하나 나타난다. '카페 벨롱'이다. 카페에 도착해 커피 한잔을 시키고서 앉아 있었더니, 등 뒤의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가수와의 일정과 음향 장비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을 들어 보니, 음악 공연의 기획팀이 벨롱에서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카페 벨롱은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벨롱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하도리에서의 더욱 특별한 하루를 선사하는 라이브카페이다. 카페 한쪽 벽면의 찬장은 그동안 다녀간 뮤지션들의 사인이 담긴 머그잔과 앨범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그중에는 1부에서 소개한 제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강아솔'과 인디씬에서 꽤 유명한 아티스트인 ‘옥상달빛’과 ‘안녕하신가영’, 밴드 ‘참깨와 솜사탕’도 포함되어 있다. 
제주도 한달살기 중 더욱 기억에 남는 하루를 만들어 보고 싶다면, 머나먼 제주 시내나 육지를 그리워할 필요 없이 이번 여행의 색깔과 가장 맞는 벨롱에서의 공연 일정을 체크해 보자. 

주소 : 제주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1652

영업시간 : 매일(일요일)│10:30(14:00) - 19:00 ※목요일 휴무

 

세화해수욕장

그렇게 하도리의 해변을 따라가다 보면 세화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세화해수욕장은 유명한 카페들과 아름다운 해변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제주에서 손에 꼽히는 바다 중 하나이다.

다른 곳이 조용하고 평화롭다고 하더라도 여기 세화해변만큼은 항상 북적이는 여행자들과 5일장을 오가는 주민들로 북적인다. 아무리 예쁜 풍경을 끼더라도 익숙함에 시들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법. 그럴 때면 세화를 찾아 설렘 가득 찬 여행자들의 에너지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Tip┃세화해수욕장에는 5일장 외에도 유명한 시장이 있다.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플리마켓 '벨롱장'이 그 주인공. 도민과 이주민이 어우러져 참여하는 벨롱장은 매주 토요일 10시에서 14시, 하절기 세화포구와 동절기 해녀박물관 야외광장에서 진행되며, 2019년의 벨롱장은 11월 2일부로 종료되어 내년 봄부터 다시 만나볼 수 있다.

주소 : 제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포 세화(Pho Sehwa)

사람 사는 냄새를 맡으러 세화로 산책을 나올 때마다 들렀던 음식점이 있다. 지인의 추천으로 찾아갔다가 주인분께 '제주 사시는 분이세요?'하는 기분 좋은 오해를 받고는 그대로 단골이 되어버린 곳이다. 쌀국수집 '포 세화(Pho Sehwa)'. 세화환승정류장 맞은편 골목의 입구에 '프리미엄 생활용품'이라는 간판을 달고서 숨어있는 앙증맞은 가게이다. 첫 방문을 위해 지도와 간판만 보며 기웃거리다가는 포세화의 대문을 보고도 지나치게 될지도 모른다.

앞서 말한 동기가 이상하긴 했지만 단골이 되었던 이유가 오직 오해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먹는 쌀국수에 행복해하며 국물을 떠 마시던 중, 테이블에 준비된 두 가지 소스를 섞고 거기에 면을 비벼서 먹어보길 추천받아 즉시 소스를 만들고 한 젓가락 가득 면을 덜어 비빔면을 만들어 보았다. 결과는 대만족. 처음 먹어보는 베트남식 매콤함의 쌀국수 비빔면에 반해, 이후로 남은 면발들을 국물과 함께 먹어야 할지 특제 소스와 함께 먹어야 할지 면발을 건져 올릴 때마다 결정장애에 시달리며 괴로워해야 했다.

주소 : 제주 제주시 구좌읍 구좌로 46

영업시간 : 평일│11:00 - 16:00 (라스트 오더 3:30), 주말│11:00 - 20:00 (브레이크 타임 14:00~18:00)
가격 : 소고기쌀국수 9,000 딱새우칼국수 15,000, 카페스어다 3,000 퍼보훼 11,000

 

제주해녀박물관

세화해변에서 가장 좋아한 장소는 해수욕장 오른쪽 끝, 하도리와 세화리의 경계 즈음에 붙어있는 두 개의 불턱이었다. 해변을 걷는 것도 좋지만, 주로 네모난 불턱의 모서리에 걸터앉아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보거나 바람이 조금 잔잔한 날이면 바다 위에서 책을 펼쳐보길 좋아했다. 그러다 보면 종종 물질을 마친 후 그물망 가득 무언가를 담아 나오는 해녀분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때 조금 관심이 생겨 바로 뒤의 제주해녀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박물관이라는 게 그렇다. 관심이 없는 분야라면 누구보다 빠르게 돌아보며 발걸음을 재촉하게 되지만, 조금이나마 관심이 생긴 분야라면 금방 빠져들게 된다. 박물관을 가득 채운 제주 해녀들의 생애와 실제 인터뷰 영상. 그리고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쓰는 물질. 그래도 태왁망사리를 한가득 채우는 기쁨'이라는 문구가 해녀 그 자체를 말해주는 듯해 한동안 멍한 기분이 들었다.
 
Tip┃제주해녀박물관의 3층 전망대는 세화리에 거주하는 현지 주민들도 추천하는 전망 장소이다. 세화리 마을에서 하도리 방향의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와 사진으로는 담아지지 않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주소 : 제주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길 26

운영시간 : 매일│09:00 - 18:00(17시까지 매표), ※월요일, 신정, 설날, 추석 휴관
입장료 : 성인(25세~) 1,100 청소년 50


올레길 21코스
세화 해녀박물관 ~ 종달바당

해녀박물관 앞 코스 시작 지점과 인증을 위해 설치된 도장

1부와 2부를 통틀어 지금까지 소개한 코스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제주 올레길의 마지막 코스인 올레 21코스에 해당하는 장소라는 것이다. 올레 21코스는 세화리 해녀박물관에서 출발해 면수동을 지나 별방진과 토끼섬, 지미봉을 넘어 종달 바다에 도착하게 되는 코스인데, 코스의 시작과 끝, 중간마다 올레 여권에 인증을 남길 수 있는 도장이 설치되어 있다. 21코스는 경사진 구간이 없어 (중간에 지미봉을 넘어야 하지만, 오름을 오르지 않고 둘러서 갈 수 있는 우회로가 준비되어 있다) 가장 걱정 없이 걸어볼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하도리 면수동에서 서문동(별방진)으로 가는 길

제주살이 중 올레길을 걷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제주올레 아카데미'에서 운영하는 아카자봉(아카데미 자원봉사자)와 함께 걷기를 알아두는 게 좋다. 제주올레 아카데미로부터 자격을 인정받은 자원봉사자들의 인솔을 따라 21코스뿐만 아닌 제주도 모든 올레길을 함께 걸을 수 있다.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듣는 각 구간에 숨어있는 이야기는 덤이다. 참가비는 무료.

홈페이지에서 날짜와 코스를 확인한 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굳이 예약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참석할 수 있어 출발 시간이면 올레길을 걷기 위해 모인 제주 현지인과 트레킹 동호인들, 그리고 잠시 제주를 여행하러 온 단기 여행자들까지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Tip┃올레길을 걸으며 인증 도장을 남길 수 있는 '제주올레 패스포트'는 제주 곳곳의 제주올레 여행자 센터, 일부 CU 편의점, 올레길 공식 안내소 등에서 20,000원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제주도 한달살기 장기 여행에는 여행지에서 단골집 만들어 보기, 동네 주민들과 친해지기, 현지인들만의 여행 포인트 알아내기 등 몇 박 며칠의 단기 여행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매력들이 가득 숨어있다. 집밥이 그리울 때면 가는 식당,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면 찾아갔던 나만의 명당자리, 한달살이 여행이었기에 더욱 특별할 수 있었던 많은 장소들. 
이왕 시간을 내서 떠나온 제주도 한달살기, 여행이 끝나면 추억 속에서 밖에 찾아갈 수 없는 그런 장소들을 가득 만들어 둔다면 이 순간을 되새기며 새어 나오는 행복도 더욱 진해지지 않을까.

 

사진 : 에디터 소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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