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나 홀로 여유 찾아 떠나는 제주 구좌읍 살이 1부
제주도 여행, 나 홀로 여유 찾아 떠나는 제주 구좌읍 살이 1부
  • 설광현 에디터
  • 승인 2019.11.20 12: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 한 달 살기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이제는 뜨겁게 달아오르던 제주살이 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다시 식어가는 듯하다. 아니, 식어간다기보다는 ‘한달살이’라는 여행이 자연스러운 여행 방법 중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그리고 여러 차례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에디터의 입장에서, 제주살이는 유행을 떠나 누구나 한 번쯤 떠나 봤으면 하는 여행이었다. 지난 가을에는 제주도를 몇 번 오가던 중 내 마음에 쏙 들어버린 구좌읍에서 온전히 한 달을 채웠다. 나의 한 달이 조금 더 풍성해질 수 있었던 구좌의 풍경들을 소개한다.

구좌에서도 내가 머무른 동네는 제주 동쪽 끝의 조용한 마을 하도리였다. 서쪽에 비해 낮은 땅과 가깝고 평화로운 바다, 가을이면 낮은 돌담 너머로 흔들거리는 당근 이파리, 빨간 파란 지붕이 옹기종기 모인 시골마을, 그리고 그런 풍경 속을 언제든 조용히 걸을 수 있다는 점은 한달살이를 결심하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하도리 가는 길, 따뜻한 밝은 햇살
하얗게 곱게 핀 억새 웃고 있네
지금쯤 철새들은 호숫가 위를 날까
생각에 잠겨 가던 길을 멈춰 보네


강아솔 & 임인건 – 하도리 가는 길

 

하도해수욕장

앞서 말한 이유들 중에서도 꼭 하도리여야 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바다였다. 하도해수욕장에는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 대신 차분한 파도 소리와 바닷바람에 스치는 갈대 소리, 그리고 갈대숲 근처를 헤엄치는 철새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하다. 수평선 위의 풍경이 심심하지 않도록 바다 너머로 섬 속의 섬 우도가 바라보인다. 하도리의 바다는 제주의 다른 바다들이 갖지 못한 그만의 느낌이 있다.

이런 조용한 마을로 한 달 살이를 내려온 사람들은 대부분 바쁘게 여기저기를 돌아보는 제주도 여행보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풍경, 분위기 속에 마음을 쉬게 하는 휴식을 쫓아서 왔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도 해변은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바다였다. 철새 도래지와 해변을 구분하는 도로 근처까지 잔뜩 밀려들어 왔던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해수욕장치고는 좁아 보이던 하도해수욕장의 넓은 해변이 나타난다. 그 넓은 해변에서 무얼 하든, 사람이 없으니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이어폰 없이 음악을 켜고 그 노래를 조용히 따라 흥얼거리며, 닿을 듯 말 듯 파도 곁을 따라 해변의 이쪽에서 저쪽까지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로부터 훨씬 자유로워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ditor's Pick┃하도해변을 걸으며 생각을 비워버리고 싶다면 제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강아솔'의 음악을 추천한다. 최근 드라마와 CF 등에서 종종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강아솔의 목소리는 잔잔한 파도 소리와 불어오는 바람, 혹은 차분한 새벽의 공기를 닮았다.

Tip┃흔히 '하도해수욕장'으로 알려진 해변에서 바닷길을 따라 서쪽으로 잠시만 걸으면 또 하나의 해변이 나타나는데, 본 해수욕장보다 더 해수욕장스러운 느낌에 사람들이 더 몰려들기도 한다.

낮의 하도해수욕장이 평화롭다면, 밤의 하도해수욕장은 꽤 좋은 운치를 전해준다.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종달리 불턱길

하도해수욕장에서 해변을 따라 동쪽으로 걷다 보면 종달리 불턱길이 나타난다. 사실 종달리 불턱길은, 다른 이름보다 '종달리 수국길' 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유명하게 알려져 있다. 여름이면 불턱길을 따라 동그란 수국꽃이 잔뜩 피어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찾는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가을 여행이므로, 가봐야 지고 없을 수국길 대신 불턱길이라고 불러본다.

빨간 자전거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여름의 수국 대신 가을의 갈대들이 바닷바람에 흔들거리고 있고, 불턱이 있음을 알려주는 표지판들이 나타났다. 불턱은 해녀들이 물질을 오갈 때 옷을 갈아입거나 바람을 피한 휴식, 작업 시작 전 어장 파악 등 정보들을 나누는 곳이다. 보통은 네모나고 각진 벽으로 둘러싸인 인공 불턱을 이용하지만, 이곳 종달리 불턱길의 불턱들은 자연지형을 그대로 이용한 불턱이 많은 편이다.

종달리 마을 한가운데 피어난 갈대밭

불턱과 갈대들이 이어진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우도로 들어갈 수 있는 종달항이 나타나며 종달리 마을에 다다르게 된다. 이 부근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하도리와 종달리를 하루에 몰아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하도 해변에서 종달리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일주도로의 버스정류장까지 20분 정도를 걸어야 한다. 차라리 뚜벅이라면 10분 정도만 더 걷는다고 생각하고 불턱길을 따라 종달리로 걸어보는 건 어떨까? 시간이 조금 걸리기야 하겠지만 뭐 어때, 우리는 느린 여행을 위해 이 마을에 왔고, 다른 곳을 보러 갈 시간도 충분한 한달살이 여행자니까.

TIP┃하도리와 종달리는 코스가 비교적 평탄하고 무난한 '올레 21코스'에 속해있기도 하다. 원래 코스는 하도해수욕장에서 지미봉을 타고 넘어가지만, 등산이 싫고 바다를 보며 걷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곳 불턱길을 통해 우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630-1

 

순희밥상

조용하고 차분한 색깔의 종달리는 사실 제주도 여행 최고 핫플레이스 중 하나이다. 때문에 ‘소심한 책방’과 카페 ‘동네’, ‘바다는 안 보여요’ 등 종달리 대부분의 장소는 이미 많은 여행자들에게 익숙히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한달살이 여행자들을 위한 장소들을 소개하려 한다.

그 첫 번째가 이곳 순희밥상이다. 순희밥상은 근처 한달살이를 비롯한 장기 여행자들, 특히 먹는 게 부실한 게스트하우스의 젊은 스텝들에게 '집 밥이 그리워질 때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종달리 자체가 나 홀로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이다 보니 혼자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아, 아직 혼밥이 익숙하지 않은 나 홀로 여행객이라도 부담스럽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반 가정집 같아 보이는 순희밥상으로 들어가 메뉴를 주문하면, 고등어, 뚝배기 불고기와 같은 메인 반찬과 함께 다양한 전 반찬들이 식탁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한달살이를 시작하면서 잘 챙겨 먹지 않았던 전 반찬에 대한 반가움과 새로운 맛집을 찾아냈다는 여행 심리 같은 것이 겹쳐, 평소라면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메뉴들도 꼭꼭 씹어먹게 된다. 그리고 이럴 수가, 집에서 나를 걱정하고 있을 엄마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도톰하고 윤기가 흐르는 고등어구이는 집에서 먹던 고등어보다 맛있게 느껴졌다. 그렇게 오랜만의 가정식에 행복해하며 열심히 그릇을 비우고 있었더니, 아주머니께서 흐뭇한 얼굴로 '이것도 먹어봐요'라며 방금 부친 부침개 두 조각을 담아주셨다.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종달로5길 38
영업시간 : 월-토 11:30 - 20:00
문의 : 064-783-3257
가격 : 순희밥상 8,000원, 제주은갈치조림 30,000원, 고등어구이 12,000원

 

종달리엔 심야식당

그 다음으로 소개할 곳은 종달리엔. 종달리엔은 어머니가 든든한 식사를 챙겨주시는 '엄마식당'과 사케, 하이볼을 마시며 먹기 좋은 간단한 안주를 만들어주는 딸의 '심야식당'. 총 두 군데로 나누어져 있다. 그중에서 이번에 소개할 곳은 바로 '8인 정원, 일행 3인 이상 시 출입 금지'의 심야식당이다.

작은 문을 열고 종달리엔 심야식당으로 들어가면 주방을 둘러싸며 'ㄱ' 자로 이어진 바 테이블이 실내를 가득 채우고, 창문가의 장식품들 뒤로 '혼밥혼술 환영'이라는 문구가 적힌 엽서가 붙어있다. 가게 치고는 실내가 좁은 것 같다가도, 혼자 찾아온 사람들이 어색함과 거리감을 허물기에 딱 좋은 넓이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종달리엔 심야식당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심야식당'이라는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 그날그날 메뉴가 주인의 기분에 따라서 바뀐다는 것. 고정된 메뉴는 하이볼과 사케뿐이다. 그래서 여러 번을 찾더라도 '오늘은 어떤 메뉴를 먹을까' 고민하는 게 아닌 '오늘은 어떤 메뉴가 나올까'하고 기대하게 되는 맛이 있다. 메뉴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혼자 오는 손님이 많은 만큼, 즐겁게 이야기하며 새로운 친구를 얻어 가는 날도 있겠지만 말없이 각자의 잔을 홀짝이다 나오게 되는 날도 있다. 그렇다 보니 잠시 떠나온 여행자에게는 하룻밤의 특별한 추억일 뿐이지만, 몇 번이고 찾아올 수 있는 장기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메뉴가 나올까,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하며 갈 때마다 새로운 기대를 하게 되는 특별한 식당이다. 

TIP┃방문 전 종달리엔 심야식당 인스타그램(@jongdalri_en)을 미리 확인하면, 유동적인 그날의 영업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종달로5길 34

사진 : 에디터 소장 사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