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행, 혼자 떠난 1박 2일 서울 스테이 (연남동/혜화동/안국동/북촌/창덕궁)
서울 여행, 혼자 떠난 1박 2일 서울 스테이 (연남동/혜화동/안국동/북촌/창덕궁)
  • 전지은 에디터
  • 승인 2019.09.16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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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DO LIST
1. 연남동, ‘서점 리스본 포르투’ 글쓰기 클럽 티타임
& ‘아이엠어텀’ 후르츠 산도
2.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한 평 책시장’ 
3. 안국동, 카페 빵 투어 
4. 북촌, 한옥스테이 ‘게스트하우스 서울삼촌’
5. 창덕궁 관람
6. 연남동, 더뜰 모임 ‘중화복춘’(점심 예약)

리스트는 10번까지도 적어 내려갈 수 있지만 이미 무리라 멈춘다. 서울 여행의 시작과 끝은 연남동이다. 홍대입구역에서 내리지만 홍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동네. 홍대와 연남동 사이의 간극에는 경의선 숲길이 있다. 서촌은 가봤으나 북촌은 처음이다. 안국동 빵 투어에 한옥스테이. 나에게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이 있을까. 수줍은 연인 같은 연남동과 오래된 연인 같은 북촌과의 랑데부, 늦은 휴가를 느린 휴가로 바꿔주는 이 계절에 서울을 여행한다. 

 

1. 감성 충전 지적인 휴가; 공원과 서점

1) 산책하기 좋은 날; 경의선 숲길

도심의 작은 숲엔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 캐리어를 끌고 가는 사람이 뒤섞여 있다. 늦여름의 금요일 저녁, 연트럴파크는 여기가 서울 맞나 싶게 여유롭다. 술로 몸살을 겪던 초기와는 사뭇 다르다.

연핑크빛 늦은 일상이 걸어가는 풍경이다. 글쓰기 클럽 티타임은 8시이므로 시간은 충분하다. 느릿느릿 숲길을 걸으며 유난히 예쁜 구름과 하늘을 본다. 여름의 후터분함과 가을의 선선함이 뒤섞인 날이다. 얇은 재킷을 벗을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 계절의 틈이다.

어쩐지 가을이라고 말하는 카페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I am autumn. 나도 알아, 가을인 거. 아이엠어텀에서 산 복숭아 후르츠 산도를 소중히 들고 바로 옆의 서점으로 간다. 

 

경의선 숲길
| 이제 술길이 아니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쭉 늘어진 숲길이 보인다. 경의선 철도가 지하화되면서 지상의 폐철로 구간을 시민들을 위한 산책로로 조성한 철길재생 녹지공원이다. 은근히 식물들의 종류가 다양해 보는 재미가 있다. 녹지 속에서 느끼는 연남동 감성은 도시 숲의 정체성이다. 

I am autumn
|  계절 과일과 크림으로 꽉 찬 샌드위치도, 야외 루프탑 공간도 모두 예쁜 카페
|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23길 62, 010-3390-6080
|  평일, 일요일 13:00-21:00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 / 월요일 휴무
|  후르츠 산도 8000원, 어텀 밀크 6000원

 

2) 서울에서 리스본행 열차를 타는 방법; 서점 리스본 포르투

하얀 벽에 임경선의 “다정한 구원” 사진이 비친다. 너무 리스본다워서 빤히 쳐다본다. 가본 적도 없으면서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 책장에 사놓고 안 읽은 책들이 쌓여있지만 불가항력으로 책을 집는다. 여기서 이 책을 안 사는 건 말이 안 된다. 내일은 책을 팔 것이므로 오늘은 사야 한다. 책에도 순환이 필요하다.

후드득, 소나기가 한차례 쏟아진다. 비와 책과 커피 내음을 맡으며 올리버 색스의 “고맙습니다”를 넘긴다. 책표지가 이 시간의 색 같다. 많은 책이 있는 건 아니지만 깊은 책이 많이 있다. 와인 치즈 카나페 북 클럽, 이름만 들어도 홀딱 반할 것 같은 모임은 오늘 없다. 작은 정원에서 와인을 홀짝이며 책을 읽으면, 정말 리스본에 있는 느낌이겠다. 휴가가 별건가. 비 갠 하늘로 별이 보인다. 지금도 서울이 아닌가. 어디야, 지금 뭐 해.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이 밤의 BGM은 적재의 ‘별 보러 가자’.

서점 리스본 포르투(2호점)
|  없던 감성도 생기게 하는 이상한 서점 
|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23길 60, 010-9548-2360
|  13:00-20:00 / 월요일 휴무
|  포인트: 리스본으로 잠시 떠나는 일상의 휴가, 생일선물책, 비밀책, 농담커피

서점 리스본(1호점)
|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47
|  13:00-19:00 / 수요일 휴무

 

3) 여행은 참여하는 거야; 마로니에 공원, 한 평 책시장 

하늘이 쨍하게 파랗다. 직선으로 깨끗하게 내리쬐는 햇살이 기분 좋다. 잊을 만하면 바람이 솔솔 분다. 습기 한 점 없다. 바닷가 동네가 아님을 실감한다. 휴가 때 돈을 쓰지만 말고 벌어도 보려고 서울까지 책을 싸매고 왔다. 헌책 팔아서 얼마나 벌겠냐마는 그래도 휴가가 재미있어질 것 같아 무턱대고 신청했다. 동대문역에서 40여 권의 책과 옷가지로 꽉 찬 캐리어 가방을 계단에서 들어야만 할 때는 욕이 절로 나왔지만 한 평의 내 공간에서 책을 읽고 있자니 무모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다.

치앙마이에서 사 온 코끼리 천을 깔고 그 위에 가져온 책들을 펼쳐놓으니 책이 얼마 안 된다. 안국동 카페에서 맛있는 빵과 커피를 사 먹을 정도로만 벌면 되므로 괜찮다. 서울로 여행 간다고 하니 박혜윤이 안국동의 빵집 리스트를 보내주더라. 다 팔아서 캐리어는 가볍게, 지갑은 여유롭게. 돈 벌면 고민하지 말고 먹고 싶은 빵 다 먹어야지.

“이 치앙마이 책은 얼마예요?”
“음. 음. 잠시만요. 5000원이요.”

책을 자기편으로 가져간다. 성공이다. 그런데 놀랍다. 내 취향이 아니어서 사놓고 미뤄두기만 했던 책이 첫 번째로 팔리다니. 무엇이든 섣불리 평가해선 안 되겠다. 사람은 모두 제각각이고 취향도 생각도 다르니까. 책 한 권 팔면서 참 생각도 많다. 

“저, 혹시….”
“아, 우유 님이세요?”

전날 블로그에서 책을 사전 예약하신 그분이다. 그 뒤로 반년 만에 만나는 친구의 얼굴도 보인다. 예쁜 두 사람 앞에서 한껏 초췌한 나는 숨고 싶어지지만, 반가워서 그냥 웃는다. 이렇게 또 사람을 만나는 서울 여행이다.

 

한 평 시민 책시장 ‘한평책방’
|  서울시 유일의 정기 헌책 장터로 시민이 소장하고 있는 중고책을 판매, 교환할 수 있는 책 나눔의 장이다. 가을을 맞아 ‘서울책보고’를 떠나 야외에서 열린다. 참가비는 무료고 선착순 마감이다. *서울시도서관 블로그나 홈페이지 참조
13회: 09.08. (일), 세종대로 차 없는 거리(세종로공원 부근)
14회: 11.09. (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크레아)
15회: 11.10. (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크레아)

 

2. 서울의 오래된 미래를 만나는 시간; 북촌

1) 창덕궁 옆을 걸으며

마로니에 공원에서 버스 타고 안국동으로 간다. 창덕궁 정류장에서 내린다. 아, 창덕궁.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도 사서 읽었는데 못 가는구나. 노티드knotted의 도넛, 어니언onion의 앙셀슈슈, 레이어드layered의 스콘, 모두 다음에 만나. 책도 거의 팔았는데 못 가겠다. 숙소에 가서 두 다리 뻗고 눕고만 싶다. 왜 서울 여행도 빡빡하지. 여행으로 오니 볼 것도, 할 것도 너무 많은 서울이다.

안국역에서 큰길 따라 위로 쭉 올라가면 카페도 들를 수 있으나 부러 작고 조용한 길을 택한다. 옆으로 창덕궁 돌담길이 이어진다. 옆에서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다. 창덕궁 후원은 어떤 모습일까. “어느 것 하나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은, 공간상의 자기 지분이 있다.” 책(“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편”)의 문장을 떠올리며 창덕궁 곁을 걷는다. 그냥 걷는 이 순간도 시간상의 자기 지분이 있을 테지. 시간의 저쪽에서부터 오는 향이 멀어서 맑다. 괜스레 마음이 고즈넉해진다. 오래된 시간과 공간이 말없이 말을 건다. 이래서 오래된 것들이 좋다.

창덕궁 昌德宮
|  1997년 우리나라 궁궐 가운데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조선왕조 5대 궁궐은 그 기본 골격이 워낙에 튼실하여 근래 들어 복원에 복원을 거듭하면서 궁궐의 멋과 품위를 어느 정도 회복해가고 있다. 그러므로 서울을 ‘궁궐의 도시’라고 불러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그중에서도 조선 궁궐의 멋을 한껏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창덕궁이다. 조선 건축의 모든 것이 창덕궁에 있다. (출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권, 서울편 1)
|  매일 09:00-18:00 (9월~10월), 09:00-16:30 (11월~1월) / 월요일 휴무

2019년 하반기 창덕궁 달빛기행
|  1부제 08.22.-09.22. 20:00-22:00
|  2부제 09.26.-10.27. 1부 19:00-21:00 / 2부 20:00-22:00
|  관람일: 내국인 매주 목·금·토요일 / 외국인 매주 일요일
|  사전 예약 필수(예매처: 티켓옥션), 1인 30000원, 매회 100명 선착순

 

2) 기쁘고 즐거운 동네의 밤; 가회동(嘉會洞) 야경

계동 희망길인지 하는 험난한 계단을 두어 번 타고 마침내 숙소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눕는다. 필요한 것으로만 간소하게 채운 여행자의 방이다. 한옥의 시원한 방바닥에 등이 딱 붙어 떨어질 줄을 모른다. 검박한 방에 누우니 그저 좋다. 안분지족(安分知足). 여행에서는 가까운 네 글자가 일상에서는 왜 그렇게 멀까. 단정한 방에 있으니 생각도, 마음도 단정해진다. 

“이제 뭐 하실 거예요?”
“책 팔고 왔더니 힘드네요. 쉬려고요.”
“여기, 여기 다 근처에요. 그러지 말고 다녀오세요. 지금이 딱 좋아요. 이제 많이 북적거리지 않을 거예요.”

주인 삼촌의 권유 아닌 강요에 대문을 나선다. 목표는 북촌 6경과 7경. 삼촌이 제일 좋아한다는 길로 간다. 오랜만에 핸드폰이 아닌 인쇄 지도를 들고 다닌다. 작은 골목길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은 친절하고 정확한 지도다.

삼촌이 표시해준 별표를 찾아가다 우리나라 최초의 치과 ‘이해박는집’을 만난다. 이곳은 지금도 치과다. 사람이 살며 돌보지 않으면 한옥은 금세 폐가가 된다던데 이곳의 한옥들은 길이 나 있다. 박제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쁘고 즐거운 모임이 있는 동네(가회동, 嘉會洞)의 밤마실에는 우연한 기쁨이 있다. 골목을 돌다 무방비로 서울의 오래된 미래와 마주하는 즐거움이 있다. 고아한 서울의 밤에 나는 그만 반해버렸다.

맛있는 것만 골라서 먹는 기분이다. 하마터면 게으름 때문에 이 밤을 놓칠 뻔했다. 때론 타인의 강요가 고맙다. 매 순간 정신 차리고 있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으므로, 자의를 툭 내려놓는 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멍하니 있을 때, 선의를 바탕으로 한 기분 좋은 강요는 그냥 따라도 되지 않을까. 귀뚜라미 소리가 마당을 채우는, 달과 별이 고운 밤에 만난 서울처럼 뜻밖의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북촌 北村
|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북촌은 서울의 대표적인 한옥 주거지역이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뜻에서 ‘북촌’이라고 불린 이곳은,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오래된 길과 물길들의 흔적, 다양한 문화자산, 그리고 한옥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북촌을 이루는 대부분의 한옥은 1920년대부터 1960년대에 걸쳐 개발된 집들이다. 어깨를 맞댄 수백 채의 한옥이 북촌의 역사와 가치를 이야기해 주고 있다. (출처: 북촌문화센터)

북촌 8경
|  1경: 돌담 너머로 보이는 창덕궁 전경
|  2경: 원서동 공방길,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가면 다다르는 골목 끝
|  3경: 가회동 박물관길, 한옥 내부를 감상할 수 있는 가회동 11번지 일대
|  4경: 북촌로 11길 언덕, 가회동 31번지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점
|  5경: 가회동 골목길_내림, 밀집 한옥의 경관과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
|  6경: 가회동 골목길_오름, 한옥 지붕 사이로 펼쳐지는 서울 시내 풍경
|  7경: 가회동 31번지, 고즈넉함과 작은 여유를 만날 수 있는 소박한 골목
|  8경: 삼청동 돌층계길, 복정길에서 삼청동길로 내려가는 돌층계길 

 

3) 전어가 아침밥상에; 게스트하우스 서울삼촌

전어를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다. 아침 식탁에 올라온 가을이다. 머리와 배를 통째로 먹어야 한다는데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조심스럽게 먹는다. 생선의 가시는 언제나 무섭다. 고소하고 담백한 게 비리지 않다. 감히 생선이! 가을을 오독오독 씹는다. 앞치마를 두른 채 얘기를 나누는 삼촌의 센스에 감탄한다. 셰프복이 아닌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의 남자가 차리는 아침에 어떤 상상을 했던 걸까.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이 아침의 교훈.

어젯밤 내 방문을 두드린 미국 여자분(대문 잠그는 걸 몰라서)은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드라마 보면서 배웠단다. 나는 미드 봐도 영어가 그렇게 늘지 않던데. 시간과 돈이 여유로운 호주 아저씨는 교수였다. 그저 부럽다. 학생인 중국 여자분은 중국 음식의 남북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얘기는 우리나라의 평양냉면에까지 흘렀고 ‘슴슴하다(자극을 크게 느끼지 않을 정도로 싱겁다는 의미의 북한어)’를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나, 혼자 고민한다. 조식 먹고 영어가 오가는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이상하고 좋다. 이 사람들이 여행을 온 건가, 내가 여행을 간 건가. 우리는 모두 여행 중이다. 비행기 표에 돈 안 들이고 하는 세계여행이다.

게스트하우스 서울삼촌
|  개성 넘치는 삼촌이 운영하는 한옥 스테이
|  서울 종로구 계동4길 15-3, 010-9753-5432
|  포인트: 지도를 보며 듣는 역사 설명, 의외의 조식(추가 11,000원), 인왕산이 보이는 뷰
|  도(1인실), 개(2인실), 걸(3인실), 윷(4인실), 독채

 

혼자 떠난 1박 2일 서울 스테이 끝.

사진 : 에디터 소장사진, 창덕궁 홈페이지(창덕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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