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가볼만한곳, 울산 사는 그녀의 늦은 바캉스 여행기
울산 가볼만한곳, 울산 사는 그녀의 늦은 바캉스 여행기
  • 전지은 에디터
  • 승인 2019.08.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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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만족시키는 숙소를 찾아 끝도 없는 검색을 해야 하고 안 먹고 오면 안 될 것 같은 집도 찾아야 한다. 패키지여행이 아닌 한 여행을 결정한 순간부터 모두 내가 책임져야 할 것 투성이다. 보통의 컨디션이라면 신나서 찾고 메모하고 루트를 짤 일이다. 그러나 준비할 여력조차 없다면, ‘바캉스’라는 단어가 지닌 본연의 이미지대로 그저 쉬고만 싶다면 이런 휴가는 어떨까. 무리하지 않으며 로컬하게 즐기는 단순한 휴가.

 

#1. 바닷마을에 사는 그녀의 동네 바캉스
울산 방어진 일대

<곱창 구워 먹는 오후>
_준비물: 돗자리, 프라이팬, 곱창 팩, 휴대용 가스레인지 + 맥주 한 캔
_난이도: 하

조금 어렸을 때는 무엇이든 준비하는 게 좋았다. 공원 데이트가 있는 날 아침은 몹시 분주했다. 일찌감치 일어나 주먹밥을 만들고 미리 사놓은 샌드위치, 스낵, 비스킷, 오렌지 주스 등을 예쁘게 담았다. 그렇게 준비하면서 진을 좀 빼고 나가도 괜찮았다. 체력과 시간이 뒷받침되던 시절이었다. 준비해 간 음식을 다 먹지 못함은 당연한 귀결이다.

오늘 날씨도 좋은데 데크 가서 곱창 구워 먹을까? 냉동실에 있던 곱창 팩을 꺼내고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은박 돗자리를 꺼내는데 걸린 시간은 10분, 맥주를 잊어 1분 추가. 아이스박스도 준비하지 않는다. 걸어서 10분 거리다. 눈이 부신 은박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잠시 바다를 본다. 빛이 좋은 날엔 그라데이션도 생기는 동쪽 바다다. 여기저기서 삼겹살 굽는 냄새가 솔솔 난다. 오늘 같은 날, 채식 선호는 잠깐 접어두기로 한다. 텐트가 없는 우리는 휴대용 가스레인지 커버로, 온몸으로 바닷바람을 막으며 곱창을 굽는다. 톡, 맥주 한 캔을 딴다. 너무너무 바빴던 나를 잠시 내버려 둔다. 수식어를 뺀 오후의 휴가.

방어진 方魚津
| 울산 동구 방어동에 있었던 나루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왜인들이 군사기지로 삼았을 정도로 중요했던 곳이다. 방어(魴魚)가 많이 잡혀 방어진이 되었다. 데크는 바닷가 옆에 만든 산책로로 왼편에는 바다가, 오른편에는 현대중공업 공장이 있다. 데크 아래 방파제에는 낚시하는 사람이 많은데 감성돔, 벵에돔, 농어, 망상어, 고등어 등이 철 따라 잡힌단다. 저녁에 데크를 걸어서 왕복하면 보수(步數)는 얼마 안 되지만 엄청 건강해진 느낌을 받는다. 간혹 버스킹으로 섹스폰 연주도 들을 수 있어 점점 더 워라벨 분위기가 난다. 동구의 로컬 일상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울산 가볼만한곳이다.

 

<여름의 끝자락에 발견한 쉼>
_준비물: 노트북
_난이도: 하

운동하러 데크를 오갈 때마다 눈여겨본 카페가 있었다. chill, 쉼. 파랑파랑한 외관은 주변 건물들 사이에서 튀었고, 바깥에 외국인이 앉아 있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 부분에만 다른 필터가 낀 느낌이었다. 1년을 넘게 벼르다 마침내 갔다. 양산을 쓰고 있어도 땡볕에 정수리가 뜨거운 날이었다.

여기는 어디인가. 시원하게 귀를 때리는 음악, 의외로 넓은 공간, 알록달록 열기구 사진. 1인용 좌석, 덧붙여 노트북을 사용하기에 편리한 높이의 테이블이 있는 공간을 찾는다. 쉽사리 앉지 못하는 내게 단정한 옷차림의 남자분이 얘기한다. 아무 데나 앉고 싶은 곳에 앉으세요. 아직 사람이 붐비지 않는 이른 때라 눈치 보지 않고 4인용 좌석에 앉는다. 이 안에서 바다를 보면 이렇게 보이는구나. 역시 관점은 중요. 바다와 함께 살짝 보이는 공장뷰가 포인트다. 이 지역을 말해주는 로컬 풍경이다.

주문한 아이스 돌체 라떼는 맛도 모양도 칵테일. 커피가 술처럼 느껴지는 신비한 카페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쉼 통, 휴가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

Chill, 쉼
|  바다뷰 히피 감성 카페
|  울산 동구 남진길 72, 052-252-2888
|  월~토 10:00-22:00 / 일 10:00-20:00

 

<그라파 피자를 먹으며 만화책 읽는 밤>
_준비물: 그라파 피자, 만화책
_난이도: 하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근처에 유명 피자 가게가 있다고 했다. 울산 동구의 끝, 외진 이곳엔 은근히 맛집이 많았다. 지금은 옮긴 인도 식당 ‘샬리마’가 있었고 펍도 많았다. 노천 테이블에서 햄버거를 먹거나 브런치를 즐기는 외국인을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지역이었다. 현대중공업으로 해외파견 온 사람들이 많아 울산의 이태원 같은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달까.

그중에 평일에도, 주말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분주한 집이 있었다. 아니 저기는 뭔데 저렇게 맨날 사람이 넘쳐나지. 말로만 듣던 그 피자집이었다.

‘그라파’에서 포장해 온 피자 한 조각을 접시에 담는다. 볼케이노급의 꾸덕꾸덕한 치즈가 흐른다. 화덕에 구운 피자의 도우는 담백하고 쫄깃하다. 꿀에 찍어 한 입, 또 한 입. 만화책을 펼친다. 고등학교 때 열 올리며 읽은 만화책을 소장용으로 산 게 며칠 전이었다. 책장에 꽂혀 있던 “미녀는 야수” 5권을 읽다가 1~4권까지 다 다시 읽고 싶어졌고, 대형 인터넷 서점을 검색했다. 품절이었다. 다급해진 마음에 “Kiss”도 검색했는데 다행으로 있었다.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만화책을 넘기며 그라파의 피자를 먹는 시간, 더 바랄 게 없는 소중한 순간. 늦은 여름이 지나간다. 내일 아침의 출근 걱정이 없는, 아직 피자와 책과 밤이 많이 남아 있는, 지금은 휴가 중.

Grappa Pizzeria, 그라파
|  모두가 아는 그 집, 이탈리아 요리학교를 졸업한 부부가 운영하는 작고 아담한 가게
|  객관적인 추천 메뉴는 고르곤졸라 피자 15,000원
|  울산 동구 남진길 50, 052-256-2112
|  월~토 11:00-23:00 / break time 15:00-17:00 / 일요일 휴무


#2. 평일의 해수욕
울산 일산 해수욕장

<그래도 여름엔 늦게라도 바다>
_준비물: 간단한 간식거리, 맥주, 책, 여벌 옷, 돗자리
_난이도: 중(버스 타고 나가는 수고로움)

수제버거집에서 햄버거를 사고 버스를 탄다. 10분 후 내려서 조금 걸어 일산해수욕장 도착. 오늘은 하늘이 예뻐 바다도 에메랄드빛이다. 베트남 나트랑 바다보다 낫다. 바로 근처에 이런 바다가 있었다. 돗자리를 펴고 앉는다. 이어폰을 꽂고 론리플래닛을 펴든다. 잠시 여행 중이다.

너무 뜨겁다 느껴질 때 바닷물에 침수. 7000원 내고 튜브도 빌린다. 노랗고 큰 전형적인 해수욕장 튜브를 타고 있으니 어린 시절의 해수욕이 생각난다. 

그 옛날 외할머니댁 근처의 대천해수욕장에 가려면, 엄마는 큰 아이스박스에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야 했고 아빠는 텐트와 캠핑 도구를 챙겨야 했다. 그전에 차로 3시간을 가야 했다. 오랜 기다림에 도착한 해수욕장에서 뒷일은 생각 않고 신나게 놀았더랬다. 텐트에서 좀 쉬면서 놀라는, 낮에 흘려들은 엄마 말은 밤이 되어서야 생각났다. 바닷가 자외선에 탄 팔다리가 화끈거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엄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입에 떡이 들어가는 게 맞다. 오늘은 래시가드로 온몸을 무장했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 아무 걱정 없이 편하게 둥둥 떠 있다. 짧고 굵게 놀고 나간다. 평일의 해수욕 끝.

일산해수욕장
|  울산광역시 동구에 있는 해수욕장. 수심이 얕고 모래가 고와 해수욕하기에 좋다. 해수욕장 끝은 또 다른 울산 가볼만한곳, 대왕암 공원과 연결되어 있다. 대왕암 공원은 평일에도 주차된 관광버스가 많은 유명 관광지. 소나무 숲길을 걷기만 해도 좋고, 도시락을 준비해 와 피크닉을 즐겨도 좋다. 산책 코스를 잡아도 2~3시간은 족히 걸리는 꽤 너른 울산 가볼만한곳이다. 단, 계절 상관없이 세차게 불어대는 바닷바람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일대엔 맛집과 바다뷰 카페가 포진해 있으니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 

 

<나를 위한, 건강하고 맛있게>
_준비물: 감사한 마음
_난이도: 상(먹기 명상을 실천하려면)

You are what you eat. 요즘 먹는 거에 관심이 많다. 살기 위해 먹는 소극적 행위에서 나아가 잘 먹고 싶어졌다. 몸이 주는 신호에 귀 기울이게 되는 나이였다. 바쁘다는 이유로 당이 떨어질 때마다 초콜릿, 과자, 달달한 커피 등을 시도 때도 없이 섭취했다. 보이지 않는 살들이 급속히 늘어났고, 피부는 푸석거렸다. 내 몸에 너무 불친절했다.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먹어야지, 적어도 휴가일 때는.

한식은 좋아하지만, 한정식 식당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코스로 조금씩 나오는 음식을 먹다 보면 지나치게 배가 불러 기분이 나쁘다. 가격도 비싸다. ‘인더썬’은 단출한 한정식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좋다. 클래식한 분위기에서 천천히 먹는 한 끼는 오롯이 나를 위한 배려. 1일 한정 메뉴 연잎밥을 꼭꼭 씹어 먹는다. 다른 반찬 필요 없이 맛있다. 몸이 좋은 기운을 받는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다.

인더썬 In The Sun
|  트렌디하면서도 정갈한 한식당, 인더썬 정찬 점심 8,000원, 연잎밥 11,000원
|  울산 동구 해수욕장2길 42, 052-234-3377
|  매일 11:30-15:00 (last order 14:20), 17:00-22:00 (last order 20:40) / break time 15:00-17:00

디저트를 포기할 수 없는 빵순이는 조금이나마 소화가 되기를 바라며 걷는다. 한산해진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걸어서 도착한 곳은 ‘J FACTORY’다. 들어가는 재료의 브랜드명까지 적어놓는 자신감과 솔직함에 빵이 맛있는 곳이다.

오늘 고른 빵은 베이직한 모닝빵, 크림치즈 번, 러스크. 사고 보니 이번 휴가와 닮은 빵들이다. 집에 가서 먹을 생각에 걸음이 빨라진다. 

제이팩토리 J Factory
|  일산점: 울산 동구 해수욕장10길 18, 052-201-6658
|  주전점: 울산 동구 주전해안길 156, 052-232-6658
|  매일 10:00-23:00
|  인스타그램 @j_factory156

 

<중요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시간>
_준비물: 좋아하는 마음
_난이도: 중(빵과 책 선택의 어려움)

이번 여름은 살 만하게 지나가나 했다. 말복도 지났는데 왜 더 덥지. 일산해수욕장을 한 바퀴 돌다 돌아버릴 뻔했다. 바닷가 칼바람에 머리칼은 휘날리며 얼굴에 붙고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목을 쓰다듬으니 모래가 만져졌다. 지금 당장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제게 주세요.

‘러스틱’에 왔는데 문이 닫혀 있다. 10분만 기다리면 될 테지만 그럴 수 없는 날씨였다. 인스타로 사장님께 쪽지를 보낸다. 다행으로 활동 중인 녹색 동그라미 표시가 있다. 환하게 웃으시며 사장님이 나오신다.

쾌적한 실내에서 내 취향의 음악을 들으며 얼음 동동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들이켜며 빵 냄새를 맡으니 살 것 같다. 역시 내가 애정하는 공간.

이벤트 전에 책을 사서 못 받은 여행용 파우치를 사장님이 주신다. 단골의 힘이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는, 명료하고 단순한 기쁨. ‘중요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시간’-책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쑥절미, 무화과, 바닐라, 다크초콜릿 마카롱을 사 간다.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익숙한 휴가다.

러스틱 rustic
|  카페, 베이킹 클래스, 요리 큐레이션 독립서점
|  울산시 동구 등대4길 7, 052-251-3409
|  화~금 11:00-21:30 / 토 12:00-21:30 / 일 12:00-18:00 (월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카페 @rustic_ulsan / 서점 @rustic_books

 


바닷마을에 사는 그녀의 울산 늦캉스 여행기 끝.

사진 : 에디터 소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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