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부산 여행, 영도구 마을 탐방 : 흰여울 문화마을과 깡깡이 예술마을
테마가 있는 부산 여행, 영도구 마을 탐방 : 흰여울 문화마을과 깡깡이 예술마을
  • 박은하 여행작가
  • 승인 2019.07.3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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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가면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

최백호와 에코브릿지가 함께 부른 <부산에 가면>. 부산에 갈 때마다 이 노래를 듣는다. 세월의 무게를 품은 그윽한 음색과 가슴을 울리는 가사가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스쳐 지나간 인연까지 소환하게 되는 걸 보면 감성 넘치는 노래임이 틀림없다. 누구나 이런 노래는 하나씩 있을 테지. 이제는 대수롭지 않은 옛이야기가 되어버린 추억. 추억이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음악을 듣고, 잡지를 읽고, 사색에 잠기다 보면 어느새 부산역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해운대, 광안리, 태종대 등 부산의 대표 관광지도 좋지만 나는 조금 더 비밀스러운 골목길로 향했다. 이번 부산 여행의 테마는 ‘골목 탐방’이다. 부산에는 수많은 골목길이 있다. 그중에서 영도구 깡깡이 예술마을과 흰여울 문화마을은 요즘 여행자들 사이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핫플레이스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과 골목마다 살아 숨 쉬는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두 마을만 돌아보기에도 하루가 빠듯하다. 오전, 오후로 나누어 부산 여행 스케줄을 짜는 것도 방법이다.

 

01. 우리나라 최초 도개교. 영도대교

부산역 맞은편에서 버스를 타고 영도대교로 향했다. 영도로 가려면 이 다리를 건너야 한다. 1934년에 개통된 영도다리는 육지와 영도를 이어주는 우리나라 최초 도개식 다리다. 개통 당시 하루 7차례씩 다리를 들어 올렸지만 교통난 등의 이유로 1966년 이후 고정되었다. 47년이 지난 2013년 11월, 4차선을 6차선으로 복원 개통해 지금은 오후 2시에 다리를 들어 올린다. 영도다리 상판이 하늘을 향해 열리는 풍경이 장관이다. 트랜스포머가 변신하듯 기세 당당한 모습이다. 중학교 때 영어 교과서 표지에 실려있던 런던 템즈강의 타워브리지가 오버랩 됐다. 다리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세상에 이런 신기한 다리가 있나 싶었는데 그런 다리가 부산에도 있었다. 영도대교는 6·25전쟁 때 피란민들이 가족을 만나는 만남의 장소였다. 당시 영도대교에 가면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이 일대에는 매일 피란민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사연을 듣고 사주 등을 풀이해주는 점집들이 성업하기도 했다고. 

TIP. 오후 2시가 다가오면 영도대교 교통통제가 시작된다. 다리를 들어 올리고 내리기까지 10분 ~15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02. 부산 영도 골목 탐방, 흰여울 문화마을

영도대교를 건너 버스를 타면 10분 남짓 흰여울 문화마을에 도착한다. ‘흰여울’이라는 마을 이름이 참 예쁘다. 봉래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절벽을 따라 바다로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마치 하얀 물보라처럼 보인다 해서 ‘흰여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을 탐방의 시작점은 절영로 2송도 삼거리 (이송도 곡각지 삼거리) 부근이다. 카페 루블루를 찾으면 쉽다. 카페를 끼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가파른 절벽에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흰여울 문화마을은 마을 전체가 바다를 마주하고 있어 탁 트인 풍경을 자랑한다.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이지만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산기슭 주변으로 모여들면서 마을을 형성했고, 이후 1959년에는 태풍 피해를 크게 입어 많은 집이 떠내려갔다. 피해를 복구하면서 높은 담을 쌓아 정비했다. 당시에는 집집마다 화장실이 없어 마을 공동 화장실이 있었다. 

 

03. 걷는 재미가 있다. 흰여울 문화마을 탐방

마을을 걷다 보면 마을 사람들이 운영하는 작은 매점인 흰여울점빵, 영화 <변호인> 촬영지, 이송도전망대 (흰여울전망대) 등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바다 저 멀리 중, 대형 선박이 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배 주차장인 묘박지다. 경기가 좋을 때는 수십 척의 배들이 빼곡하게 들어차는데 지금은 몇 척만이 잔잔한 바다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해가 시작되는 새해 0시에는 묘박지에 정박하여 있는 배들이 일제히 ‘붕~’하고 뱃고동을 울린다고 하니 12월 31일에 또 가보고 싶더라.

마을 구경을 마치고 절벽 아래에 있는 절영해안산책로로 향했다. 맏머리계단, 꼬막집계단, 무지개계단, 피아노계단 등 마을 곳곳에 있는 계단을 따라 해안산책로까지 내려갈 수 있다. 산책로 바닥을 파란색 페인트로 칠해 놓아 위에서 보면 마치 바다처럼 보이기도 한다. 2018년 12월, 절영해안산책로 끄트머리에 영도 해안터널이 열렸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해안터널을 지나 중리 해변까지 산책을 즐겨 봐도 좋다. 

TIP. 주말에는 흰여울 문화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니 조용히 다닐 것. 에티켓을 지킬 것.

 

04. 삶의 애환이 깃든 깡깡이 예술마을

영도 들머리 오른편에 대평동 깡깡이 예술마을이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 조선공업의 발상지이자 선박 수리의 메카다. “깡깡이 마을에서 못 고치는 배가 없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금도 8개의 수리 조선소를 비롯해 260여 개의 부품업체 공장과 작업장 등이 있다.

마을 이름 ‘깡깡이’는 망치를 두드릴 때 나는 소리다. 선박 표면에 붙은 녹이나 이물질을 망치로 두드려 제거하는 일을 깡깡이라고 했다. 지금은 기계를 이용해 녹을 제거하지만 1970~80년대 아지매들은 선박에 밧줄로 몸을 매달고 하루 종일 깡깡이를 했다. 얼마나 고됐을까. 깡깡이 아지매 중에는 난청에 이명이 겹쳐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도 많았다. 이처럼 대평동은 고된 삶을 이어간 깡깡이 아지매의 애환이 깃든 곳이다. 육중한 선박과 기계가 즐비한 거리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쇳가루 날리던 삭막한 마을에 몇 해 전부터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05. 예술마을로 다시 태어난 대평동

깡깡이 마을이 알록달록 색을 입었다. 벤치, 가로등, 공원 등이 하나둘씩 들어섰다. 마을을 구경하며 대형 벽화부터 움직이는 오브제까지 33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예술가들은 빛, 소리, 바람, 색채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깡깡이 마을의 정체성을 작품에 반영했다. 깡깡이 안내센터와 선박체험관, 마을공작소, 마을박물관, 생활문화센터 등이 깡깡이 마을 투어의 거점 공간으로 활용되니 꼭 한 번 들러볼 것. 깡깡이마을은 산업 현장이다.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지만 가급적 주말에 열리는 정기투어를 통해 둘러보는 것이 좋다. 대평동 일대는 선박 공업소가 밀집해 있어 평일에는 매우 혼잡하다. 조선소나 작업장에는 함부로 들어가지 말고, 사진 금지 표지가 붙어있는 곳에서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TIP. 해설사와 함께 하는 깡깡이 마을 정기투어 토,일 14:00 출발 (1시간 소요)
요금 6,000원 (해설, 마을지도, 음료 포함), 예약문의 051-418-3336, 당일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테마가 있는 부산여행. 2탄에서 계속.

사진 : 에디터 소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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