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관광, 엄마와 다녀온 제주 1박 2일 모녀 여행기 2탄
제주도 관광, 엄마와 다녀온 제주 1박 2일 모녀 여행기 2탄
  • 박은하 여행작가
  • 승인 2019.06.26 17: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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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떠난 제주 1박 2일 여행기 1탄 (클릭)

 

1. 요가하고, 차 마시는 힐링 숙소

엄마와 여행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숙소였다. 엄마는 털털한 나와는 성격이 반대다. 학창시절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화장실로 직행해 손발을 씻고, 집복으로 갈아입는 것이 우리집 규칙이었다. 손을 씻지 않고 냉장고라도 열 때면 등짝 스메싱을 맞곤 했다. 

깔끔쟁이 엄마를 만족시키기 위해 여러 곳의 숙소를 찾아봤다. 힐링을 테마로 한 성산에 있는 한 숙소를 결정했다. 방에서 우도가 보인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특별한 뷰는 메리트가 되지 못했다. 대신 숙박을 하면서 다도, 명상, 요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참여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특히 엄마와 함께 요가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여행기간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편안하게 앉아 눈을 감고 호흡을 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상을 하는 것은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어떻게 하면 깨어 있으면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알아내는 과정이라고. 엄마와 나는 그렇게 나 자신을 찾는 시간을 보냈다. 

 

2. 함께 걷는 길 함덕 서우봉 산책

둘째날은 비가 오락가락했다. 애초 제주도 관광 계획은 거문오름 탐방을 하는 것이었는데 날이 궂어 취소를 했다. 오후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야 해서 어디 멀리도 못가는 상황이었다. 아침식사를 하고, 공항 가는 길, 함덕 서우봉으로 향했다. 함덕해수욕장 바로 옆에는 함덕 서우봉이 있다. 올레길 19코스다. 그사이 비는 그쳤지만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이런 날씨도 괜찮네. 땀도 안 나고.” 서우봉은 산처럼 보이지만 오름이다. 물소가 바다에서 기어 올라온 것처럼 생겼다 해서 서우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함덕해변에 주차를 하고 서우봉을 향해 가면 서우봉 둘레길과 산책로로 나뉜다. 엄마와 나는 둘레길로 향했다. 비에 젖은 꽃과 수풀이 유난히도 싱그럽게 느껴졌다. 상쾌한 공기가 폐 속까지 파고들었다. 엄마는 산책길 곳곳에 핀 야생화 앞에 멈춰서 셔터를 눌렀다. 엄마의 꽃사랑은 못 말린다. 

 

3. 점심은 항아리 문어라면

어딜 가든 여행의 패턴은 비슷하다. 보고, 듣고, 먹고, 걷고. 이날도 역시 때가 되니 배꼽시계가 울렸다. 함덕서우봉에서 해안선을 따라 차로 9분 거리. 미리 찾아놓은 식당에 갔다.

갓 잡은 제주산 문어로 라면을 끓여주는 분식집이었다. 식당 한쪽 벽에는 ‘3시간 최고 기록 126마리’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식당 주인은 제주가 좋아, 낚시가 좋아 육지에서 사진작가 생활을 접고 내려왔다고 했다.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 법인가보다. 문어라면 하나, 도시락 하나를 시켜 엄마와 나누어 먹었다.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났다. 

 

 

4. 절대 포기 못해. 여행 중 1일 1카페

나는 카페를 좋아한다. 여행 중에 만나는 카페는 더욱 특별하게 기억된다. 음료 값이 밥값만큼 나간다 해도 나른한 오후, 우아하게 차 한 잔 마시며 쉬어가는 시간을 포기할 수 없다. 제주도에는 멋지고 예쁜 카페가 많다. 카페 여행만 해도 한두 달은 이어갈 수 있을 정도이다.

이날은 앤티크 소품이 눈길을 끄는 홍차카페에 갔다. 우유거품을 풍성히 올린 밀크티는 비주얼만큼이나 맛도 좋았다. 부드러운 밀크폼과 시럽을 넣은 홍차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엄마도 이 카페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여행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엄마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었나 보다. 내가 마치 엄마의 제주도 관광 가이드가 된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엄마와 나의 역할이 바뀐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10년 전, 홍콩에서 꽥하고 소리를 질렀던 까칠한 엄마는 어디로 간 걸까. 

 

 

5. 엄마랑 미술관. 제주도립 미술관

카페인을 충전했으니 다시 움직여 볼까. 제주도립 미술관 건물은 무심결에 걸어놓은 액자를 닮았다. 프레임 안으로 시시각각 빛과 바람이 드나들며 다양한 풍경화를 그려낸다.

“너 8살 때 엄마랑 같이 미술관 갔던 거 기억나?” “기억나지. 그때 타조 모양 조형 전시 보고 왔잖아.”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고 갔던 것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때 이후로 엄마랑 미술관에 간 적이 없었구나. 전시 도슨트 시간에 맞춰 해설사와 함께 전시를 감상했다. 미술관을 나오는 길 엄마가 한 마디 건넨다. “너 혼자만 좋은데 다니지 말고 엄마도 좀 데리고 다녀.” “뭘 나 혼자만 다녀. 엄마는 이런 거 안 좋아하는 줄 알았지”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또 말이 헛나가 버렸다. 나에게 난생처음 미술관 구경을 시켜준 엄마. 생각해 보니 그때 엄마 나이가 지금 내 나이보다 어렸구나.

 

6. 모녀의 제주여행 마지막 코스. 구엄리 돌염전 

미술관 관람까지 마쳤는데도 항공기 출발 시간까지 3시간이 넘게 남았다. 내가 짠 코스는 여기까진데 또 어딜 가야 하나. 엄마도 이대로 여행을 마치기에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마침 그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소가 있었다. 제주공항에서 서쪽으로 약 15km 떨어진 구엄리 해변.

구엄리 일대 해안은 현무암으로 덮여있다. 현무암 표면이 치밀해 바닷물을 가두어 염전으로 사용했다. 돌염전 현무암을 제주에서는 ‘소금빌레’라고 부른다. “엄마, 여기 신기하지?” 엄마도 이런 염전은 처음 본다고 했다. 구엄리 해변 산책을 마지막으로 제주여행을 마쳤다. 

 

 

그동안 내가 무심했다. 10대 땐 공부핑계로, 20대 땐 연애하기 바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었다. 30대가 되니 이제 조금은 엄마 마음을 알 것 같다. 엄마도 한 땐 소녀였다는 걸, 엄마도 미술관을 좋아하고, 카페를 좋아한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엄마와 함께 떠난 제주도 1박 2일 힐링 여행기 끝.

 

사진 : 에디터 소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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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정 2019-11-04 22:35:18
안녕하세요 엄마랑 제주 여행 계획하고 있는데 너무 가고싶은곳이 많네요.
제주 모녀 여행기로 다녀오신 숙소가 어디인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