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떠난 세계일주! 428일간 6대륙 44개국 여행이 남긴 것
퇴사 후 떠난 세계일주! 428일간 6대륙 44개국 여행이 남긴 것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8.09.27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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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축제 정보 전문 매거진 내일뭐하지가 준비한 인터뷰 '여행지에서 생긴 일' - 장영은 님

국내 여행, 축제 정보 전문 매거진 내일뭐하지가 준비한 인터뷰 '여행지에서 생긴 일' - 장영은 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 속에 사직서 하나쯤은 품고 살 겁니다. 잠깐의 휴식을 위해서든, 또 다른 새출발을 위해서든 말이죠. 특히 지금 당장 사표를 던지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들이라면 주목!
'여행지에서 생긴 일' 인터뷰 네 번째 주인공, 무모한 결정이 아닌 '준비된 버킷리스트 실행'을 용감하게 달성한 장영은 님의 이야기입니다. 5년간 근무하던 금융공기업 퇴사 후 떠난 428일간 6대륙 44개국 세계일주.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남겼을까요?

 

Q. 안녕하세요, 장영은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금융공기업 퇴사 후 428일간 6대륙 44개국 세계일주한 장영은 님

안녕하세요. 금융공기업에서 5년간 근무하다 퇴사하고, 428일간 6대륙 44개국 세계일주를 다녀온 장영은이라고 합니다. 입사 3년 차가 되는 해에 특성화고졸재직자전형을 통해 대학 입학 후, 현재 경희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에요. 더불어 네이버 블로그 ‘꼬맹이여행자, 세상에 흔적을 남기다’를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여행 중 느낀 점들을 담은 감성 에세이 ‘삶의 쉼표가 필요할 때(가제)’를 내년 초·중순 출간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Q. 퇴사 후 떠난 세계일주, 쉽지 않았을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이러한 결정을 내리고 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 운 좋게 금융공기업에서 정규직원으로 근무하게 되었어요. 특성화 고등학교를 다니던 제가 고3이 되던 해에 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에 의해 고졸 취업 문이 열리게 된 것이죠. 제가 그 당시 취업을 결심한 것은 인생에 정해진 길이 있다고 믿어서였어요. 좋은 대학에 가서 이름만 들으면 모두 알 만한 대기업에 들어간 후,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는 거요. ‘취업한다면 내가 생각한 성공에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직장 생활을 해보니 제가 생각한 삶이 아니더라구요.

퇴사 후 버킷리스트 1위였던 세계일주에 과감히 도전하다

어린 나이에 좋은 회사에 가면 돈이나 지위는 안정될지 몰라도 그만큼 경험할 수 있는 폭이 좁았어요. 남들 다 하는 일반적인 대학 생활조차 경험할 틈도 없이 회사와 집만 반복하는 삶을 살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조금 무모할지 모르지만 퇴사를 결심했고, 이왕 퇴사를 한 김에 인생에서 1년만큼은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보고자 버킷리스트 1위였던 세계일주에 도전하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여행을 떠나기 위해 퇴사를 한 것이 아니라, 퇴사를 먼저 결심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여행을 택한 거죠.

이탈리아 로마

Q. 세계일주를 했던 수많은 여행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곳만 소개해주세요!

가장 좋았던 여행지와는 다르지만, 누군가를 만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곳들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1)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의 ‘테이블마운틴’

아프리카 종단의 마지막 여행지가 케이프타운이었어요. 그곳에는 정상이 평평한 테이블처럼 생겨서 유명한 ‘테이블마운틴’이라는 산이 있는데요. 케이블카를 타거나 약 3시간 정도 되는 트레킹을 통해 올라갈 수 있었죠. 등산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왠지 모르게 튼튼한 제 두 다리로 올라가 보고 싶더라구요. 그렇게 혼자서 등반하는데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어요. 햇살은 강력히 내리쬐고 땀은 비 오듯이 내리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돌계단이 펼쳐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이면 무조건 붙잡고 물었어요. ‘도대체 정상까지는 얼마나 남은 거야?’ 그런데 죄다 금방 도착한대요. 한국이나 외국이나 이런 거짓말하는 건 똑같다고 생각하면서 길을 올라가고 있었는데, 저 멀리 어떤 서양인 친구가 내려오는 게 보이더라구요. 저는 또 그 친구를 붙잡고 정상까지 얼마나 남은 거냐고 물었죠. 그러니까 되게 무심한 표정으로 저를 딱 쳐다보더니 한 마디만 남기고 내려가더라구요.

“Believe Yourself”.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지금 저는 이 길을 걷고 있고 제가 멈추지만 않는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지 간에 언젠가는 정상에 도달하게 될 거잖아요? 빨리 정상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길을 걷고 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거였어요. 그러니 트레킹을 끝내고 돌아가는 사람들한테 정상까지 몇 분 남았는지 묻는 건 전혀 의미가 없었던 거죠.

그 이후로 저는 누군가를 마주쳐도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냐고 묻지 않았어요.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더 오르고 난 후에 정상에서 내려다본 케이프타운 시내는 미치도록 아름다웠어요. 제가 저를 믿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풍경이었거든요.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테이블마운틴 등반 후 펼쳐진 풍경

2) 모로코 쉐프샤우엔

두 번째는 벽이 온통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스머프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모로코 쉐프샤우엔이에요. 그곳에서 파샬이라는 현지인 친구의 가족 집에서 지냈는데요. 그 친구랑 동네 뒷산에 올라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여행 이전의 삶은 너무 힘겨웠다고, 행복했던 날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고. 그래서 언젠가 돌아가야 하는 것이 무섭다고.

그러니까 그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여기 있는 조그만 돌, 나뭇가지, 작은 풀잎, 그리고 자기까지. 이 모든 게 저를 해할 것이라 생각하면 두려움과 공포에 질리게 되고, 도움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제 마음은 평안하고 행복해질 거라고. 제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주위를 바라보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달라질 거라고요.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던 모로코 쉐프샤우엔 여행

이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다시 쉐프샤우엔으로 돌아와 파란색 골목들을 걸었는데요. 모퉁이를 돌아섰을 때 제 눈에 들어온 건 한 가게에서 파는 그림들이었어요. 파란 도시 쉐프샤우엔을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수많은 그림들. 이렇게 특징이 명확한 도시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제각기 다른 그림이 나오는 것처럼, 제가 이제까지와 다른 시선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파란 도시 쉐프샤우엔을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본 모습을 그린 기념품들

3) 우크라이나

마지막으로는 우크라이나 호스텔에서 눈망울이 유독 반짝이던 아이들을 만났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그 아이들에게 저를 대학생이라고 소개했더니, 이렇게 묻더라구요.

"너 읊을 줄 아는 시가 뭐야?"

이게 무슨 소린가 했더니,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시를 배운다고 해요. 그래서 성인이 되면 누구나 하나쯤 읊을 줄 아는 시가 있고요.

이전에는 바쁘게 돌아가는 요즘 세상에 시가 무슨 소용이냐고 여겼는데, 이 말을 듣고 하나의 시를 품고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할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나중에 마음에 드는 구절이 담긴 시 한 편 정도는 읊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그 정도 여유는 가지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죠.

에티오피아 여행 중 만난 아이들

Q. 여행하고 싶어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요. 현실적인 조언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저는 직장생활을 5년이나 했기 때문에 돈을 꽤 모아둔 상태였어요. 세계일주 비용 뿐만 아니라 한국에 돌아온 뒤 써야 할 남은 2년의 대학 학비와 생활비가 모였음을 확인하고 퇴사했죠.

이처럼 저는 단순히 경비뿐만이 아니라 돌아와서도 최소 6개월 동안 아무런 수익이 없어도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는 금액이 모였을 때 퇴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행을 할 때는 좋지만, 돌아와서 가진 것이 없으면 사람 마음이 불안해지기 마련이거든요. 무작정 퇴사를 하고 여행을 가기보다, 돌아온 후에도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생활비’ 정도는 마련해두고 떠나세요!

퇴사 후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면 현실적인 계획을 세울 것!

Q. 남들은 잘 모르는 나만의 여행 준비 노하우가 있나요?

저는 숙박의 경우, ‘카우치 서핑’을 이용해서 비용을 많이 아꼈어요. ‘카우치 서핑’은 여행 중 현지인들이 여행자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여행자들은 무료로 숙소를 이용할 수 있는 여행자 커뮤니티에요. 현지인의 집에서 머물며 함께 요리나 문화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어 자주 활용했답니다.

인도 여행

Q.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많은 내공이 쌓일 것 같아요. 장영은 님만의 현지 적응 방법이 있다면요?

저는 현지인들과 최대한 많이 어울리려 노력해요. 카우치 서핑을 통해 만난 호스트라던가,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이들과도 우연히 친구가 되기도 해요. 그러면 그 친구들이 현지인들만 아는 장소, 카페, 맛집 등에 데려가 주거든요. 그리고 이 낯선 타지에 친구가 하나 있다는 것 자체가 심적으로도 굉장히 든든하더라구요.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여행지를 공유하는 것이 장영은 님의 여행 노하우!

Q. 세계일주를 통해 얻은 철학이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저는 한국에서의 삶이 너무 힘들었어요. 고졸로 입사 후, 어리고 덜 배웠다는 이유로 나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매일 웃으며 마주해야 하는 것과 나 자체가 아니라 회사를 통해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 다들 부럽다고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처럼 행복하지 않았던 20대 초중반의 5년이란 시간들. 그래서 여행을 하면서도 한국에 돌아간 뒤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 여행을 통해 제 인생의 1막과 2막을 구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이 달라진 저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행복을 찾게 되는 매개체가 되었달까요.

여행을 통해 즐길 줄 아는 여유를 배우다

여행을 하며 느낀 건, 정작 제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별거 아니더라구요. 날씨가 좋은 날 빛을 따라 걷는다든지, 우연히 들어선 길목에서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발견했다든지, 말이 잘 통하는 현지인 친구를 만나 대화를 했다던지 하는 것들이요. 그때, 어쩌면 여행이란 건 일상 속 느낄 수 있는 행복을 극대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여행 속에서 느낀 행복 또한 일상 속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들이었다는 거죠. 다만 그걸 볼 여유가 없었을 뿐.

한국에 다시 돌아온 뒤 저는 여자 나이 26살에 그 흔한 토익이나 자격증이라고는 하나 없는 취업준비생이 되었지만 불확실한 미래가 두렵지 않아요. 아직 무언가 되지 않았다는 건, 무엇이던 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 같아서 제게는 428일간의 긴 인생 수업이 정말 소중해요.

오스트리아 여행

Q. 장영은님이 느끼는 ‘혼자 떠나는 여행’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국에 있다 보면 주위에 휩쓸리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마치 경주를 하는 것처럼 나보다 더 앞에 있는 사람, 가진 게 많은 사람 등을 보면서 더 빨리 나아가야 한다고 채찍질하게 되죠. 그런데 여행을 떠나면 시선이 주위에 집중하기보다 온전한 나 자신에 초점이 맞춰져요.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배가 고픈지, 혹은 쉬고 싶은지. 단순하게 나의 욕구에만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거죠. 그래서 두렵더라도 한 번쯤은 가까운 국내로라도 혼자서 여행을 떠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 말이죠.

모로코 사하라사막

Q. 궁극적으로는 어떤 꿈을 이루고 싶으신가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용기 내지 못 하는 누군가에게는 용기를 주고,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요. 그래서 에세이집도 준비하고 있고, 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해 강연 등의 활동도 조금씩 하고 있어요. 단 한 사람이라도 저로 인해 삶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다면 그것만큼 뿌듯한 일도 없는 것 같아요.

 

인터뷰 및 사진 제공 : 장영은 님 (인스타그램 : @punytraveler_jye, 블로그 : 꼬맹이여행자, 세상에 흔적을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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